시조로 새겨 읽는 고사성어(故事成語)
와신상담(臥薪嘗膽)
월(越)과 싸워 크게 패한
오(吳)나라 태자 ‘부차(夫差)’
원수 갚자 이를 갈며
섶 위에서 잠을 잤지
‘구천(勾踐)’도
쓸개 맛을 보며
패전(敗戰) 굴욕 씻었네
* 출전은 <사기(史記)> 월세가(越世家) · <십팔사략(十八史略)>, 땔나무 가지에 누워 자고, 쓸개를 맛보다. 원수를 갚거나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딤.
중국 춘추시대 기원전 496년, 취리[절강성 가흥]에서, 越(월)왕 勾踐(구천)과 싸워 크게 패한 吳(오)왕 闔閭(합려)는, 적의 화살에 부상한 손가락의 상처가 악화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임종 때 합려는 태자인 夫差(부차)에게 반드시 구천을 쳐서 원수를 갚으라고 遺命(유명 : 임금이나 부모가 죽을 때에 남긴 명령)했다.
오왕이 된 부차는 부왕의 유명을 잊지 않으려고 ‘섶 위에서 잠을 자고[臥薪(와신)]’, 자기 방을 드나드는 신하들에게 방문 앞에서 부왕의 유명을 외치게 했다.
“부차야, 월왕 구천이 너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밤낮 없이 복수를 맹세한 부차는 은밀히 군사를 훈련하면서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사실을 안 월왕 구천은 참모인 范蠡(범려)가 간했으나, 듣지 않고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월나라 군사는 복수심에 불타는 오나라 군사에 대패하여, 會稽山(회계산)으로 도망갔다. 오나라 군사가 포위하자, 진퇴양난에 빠진 구천은 범려의 獻策(헌책 : 일에 대한 방책을 드림)에 따라, 우선 오나라의 재상 伯嚭(백비)에게는 많은 뇌물을, 부차 왕에게는 전설적인 미인 西施(서시)를 바치고, 부차의 신하가 되겠다며 항복을 청원했다. 이것을 ‘會稽之恥(회계지치)’라고 한다. 오나라의 중신 伍子胥(오자서)는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구천을 쳐 없애야 한다.’고 간했으나, 부차는 백비의 진언에 따라 구천의 청원을 받아들이고 귀국까지 허락했다.
한편 오자서는 화친 요구를 거절하고 공격을 進言(진언 : 윗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함)하지만, 왕의 분노와 백비의 반역을 꾀한다는 모함으로 결국 자결하라는 왕명과 함께 칼을 건네받는다. 오자서는 자신의 묘 옆에 오동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재목이 될 만큼 자라면, 묘를 파고 눈알을 꺼내서 월나라 방향의 성문에 걸어달라고 유언한다. 그리고 월나라가 오나라를 없애는 것을 똑똑히 보겠다고 저주하며 自決(자결)한다. 그 말을 전해들은 왕은 오자서의 시체를 가죽 자루에 넣어 강물에 버리게 하였다.
구천은 오나라의 속령이 된 고국으로 돌아오자, 항상 곁에다 ‘쓸개를 놓아 두고 그 쓴맛을 맛보며[嘗膽(상담)],’ 회계의 치욕을 상기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밭 갈고 길쌈하는 농군이 되어, 은밀히 군사를 훈련하며 복수의 기회를 노렸다.
이로부터 오동나무가 재목이 될 만큼 자란 뒷날,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쳐 이겨 오왕 부차를 굴복시키고, 마침내 회계의 굴욕을 씻었다. 부차는 용동에서 여생을 보내라는 구천의 호의를 사양하고 보자기로 눈을 가리며, ‘내가 죽어서 오자서를 볼 면목이 없구나.’ 하고, 오자서의 진언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자결했다. 그 후 구천은 부차를 대신하여 천하의 覇者(패자 : 무력이나 권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가 되었으며, 이 고사를 통하여 ‘臥薪嘗膽(와신상담)’이 생겼다.
※ 越王 勾踐(월왕 구천, ? ~ B.C.465, 재위 B.C.496 ~ B.C.465) 춘추시대 최후의 패자. 오왕 부차에게 패하였으나 名臣(명신) 범려의 계책과 嘗膽(상담)하는 각오로 임하여, 부차를 姑蘇(고소)에서 포위하여 자살하게 하였다.
※ 吳王 夫差(오왕 부차, ? ~ B.C.473, 재위 495 ~ B.C.473) 아버지 합려 왕의 유언에 따라 오자서를 重用(중용)하여 월나라를 격파하였으며, 북상하여 晉(진)을 맹주로 하는 중원 여러 나라를 누르고 패자가 되었다. 그러나 월왕 구천에게 대패하여 결국 자결했으며, 오나라는 월나라에 合倂(합병)되었다.
※ 伍子胥(오자서, ? ~ B.C.485) 춘추 전국시대 楚(초)나라 사람으로, 정치가이자 장군. 자서는 字(자), 이름은 員(원). 초나라에서 아버지와 형이 살해되자, 오나라로 망명했다. 합려를 왕위에 오르게 하고, 초나라를 멸망시켜 아버지와 형의 원수도 갚는다. 오나라에 큰 공헌을 했지만, 謀陷(모함)으로 인하여 결국은 夫差(부차)의 명을 받고 自決(자결)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