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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삶, 한, 흥> 공연 후기

 

오류풍류시리즈 국악의 품격 <진도의 삶, 한, 흥> 공연관람 후기

 

2023년 7월 20일(목) 오류아트홀에서 펼쳐진 오류풍류시리즈 국악의 품격 <진도의 삶, 한, 흥>은 서울시 구로구(九老區)와 전라남도 진도군(珍島郡)의 2023년 자치단체 간 문화 교류 사업이다.

 

우리 전통예술의 보고(寶庫) 진도(珍島)는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진도북놀이, 진도만가, 진도잡가 등 무형문화재를 비롯하여 진도가 보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23종의 전통 민속예술자원을 계승‧보존‧육성하고 이를 활용하여 진도를 찾는 국내 외 관광객들에게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와 즐길거리,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1993년부터 30년 역사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매주 토요일 주1회 정기공연과 수시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은 전국 최고의 민속예술단이라 칭하여도 부끄럽지 않은 기량과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 외 수많은 관객들에게 1000회를 훌쩍 넘긴 행복을 전하여 기쁨이 넘치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진도 민속예술의 진수 <진도의 삶, 한, 흥>을 서울 구로문화재단 오류아트홀에서 즐긴 것은 커다란 행운이며 행복이다.

 

무대 위 배경 화면에는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쏟아지고 하얀 치마저고리 무복에 전라도 무녀 고깔을 쓴 무녀가 무대 앞 중앙에 서서 두 손에 정쇠(정주)를 들고 주문을 노래한다. 횡으로 늘어선 맨 앞줄 사물놀이 팀부터 네 번째 줄 악사들까지 ‘진도군립민속예술단’ 모든 단원들이 쏟아내는 진도 씻김굿 육자배기목과 삼현육각의 가락과 선율 · 소리가 온 극장을 감싸며 하늘을 향해 울음을 토해낸다.

 

이 울음소리를 타고 풍성하게 늘어진 하얀 지전을 양손으로 흔들며 굿판을 알리는 한 무녀의 춤사위가 관객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더니, 사이 사이에 여러 매듭이 있는 길고 하얀 무명베 양끝을 두 무녀가 잡고 춤을 추며 베를 흔들어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내며 사람들에게 쌓여있는 고(苦)를 풀어주는 고풀이가 이어지며 “에라 만수야 대신이야” 무대를 가득 채우는 씻김굿 액 막음 소리가 귓전을 파고 들었다.

 

이어서 양손에 북채를 들고 북을 두들기는 진도 특유의 북 잡이가 함께하는 신명나는 사물가락이 관객의 눈과 귀를 현시키더니, 뒷줄에 앉은 소리꾼들의 바라 합장소리가 음률을 타고 무녀들의 현란한 지전 춤사위가 너울너울 선율을 밟으며 하늘을 날았다. 좁은 공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출중한 기량과 뜨거운 열정을 마음껏 토해내며 보여준 “천궁天宮(하늘에 펼쳐진 무지개)”의 아름다움이었다.

 

해금, 가야금, 아쟁, 거문고, 장구, 꽹과리, 징의 현악기와 타악기의 중심에서 선율악기 태평소가 이끌어 낸 우렁찬 소리에 천공을 찌르는 높은 음고(音高)는 세파에 찌든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현악기와 타악기가 들려주는 시나위 장단의 흥겨움과 오묘함을 넘나들며 풍요로움과 따뜻한 소리를 뿜어내는 태평소의 매력에 푹 빠진 “태평소시나위”였다.

 

제나나 해도 산이로고너/ 어리시고나 좋단 말이다 매화로고나/ 에헤용 에헤용 어허라 우겨라 방애로구나/ 에헤헤 도화로다 어야라뒤야 어허야뒤야 어허허 도화로다/ 물레야 돌아라 뱅뱅뱅 돌아라/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가 났네에

 

아낙들의 애환이 담긴 신세타령의 노래 가락으로 구성지면서도 삶의 끈끈함과 포근함이 담긴 산타령, 매화타령, 방아타령, 도화타령, 물레타령, 진도아리랑으로 이어진 “진도 토속민요”는 진도의 옛 향기를 물씬 뿜어냈고, 장단에 맞춰 따라 부르던 입가에는 흥이 묻어났으며 아련한 추억 속 고향의 연로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수년 동안 보아온 그 어떤 소고춤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김평호류 소고춤” 한국 최고의 춤꾼들이 모인 국립극장 전통무용단도 국립국악원 무용단도 아닌 작은 지자체 진도군에 소속된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여무 3명이서 보여준 소고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의 작은 무대에서 이렇게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이고 부드러운 몸짓에 세세한 반짝임이 넘치는 소고춤을 만난 것은 엄청난 행복이며 커다란 희열이었다.

 

농악놀이 한 부분에서 발생한 손잡이 달린 지름 약 18cm 작은 북을 가지고 추는 소고춤은 자칫 밋밋할 수도 있고 단조로움에 식상할 수가 있어 관객들에게 감동과 열기를 전달하기가 어려운 춤인데, 세 명의 여무가 보여준 소고춤에 이들의 노력과 힘들었던 시간이 녹아내려 하나도 헛되지 않고 쌓여진 아름다움이며 감동이었기에 더 없는 찬사를 보낸다.

 

낮으면서도 장중한 거문고 소리가 맑고 청아하게 온 극장의 열기를 가라앉히며 관객의 호흡을 심연으로 빨아들이자, 흰 두건을 머리에 두른 한 남성 춤꾼이 정중동의 무게가 실린 몸짓으로 무대를 밟으며 무대 한편에 놓인 북을 메고 버거운 듯 양손으로 북을 두드리며 춤을 춘다.

 

3명의 남성 춤꾼이 무명바지 저고리의 전통 풍물패 모습으로 나타나 넷이 하나 되어 커다란 양손 놀림으로 북을 울리며 하늘을 휘저어 수를 놓는다. 북소리에 묻힌 거문고 소리는 잦아지고 빠르고 경쾌한 양손 북의 두들김 따라 뛰고 돌다 다양하면서도 우아한 움직임으로 관객의 숨을 멈추게 했다. 네 명 춤꾼이 함께 노는 속에서 언뜻 언뜻 보이는 한 춤꾼의 몸짓은 관객의 눈을 더욱더 황홀의 늪에 빠뜨렸고 넘치는 개개인의 역량이 뿜어내는 열기는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묶어 버렸다.

 

거문고가 울어대는 “열강” 연주곡을 바탕에 깔고 보여준 양태옥류 진도 북놀이 “고鼓&슬璱(북과 거문고)”은 관객의 가슴 가득 이것이 진도의 삶, 한, 흥이라는 것을 깨달음으로 채워주며 넘치는 행복을 주체할 수 없게 했다.

 

오류풍류시리즈 국악의 품격 <진도의 삶, 한, 흥>을 위해 수고하신 진도군, 구로구, 진도군립민속예술단, 구로문화재단, 오류아트홀,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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