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보편적 가치 – 진도 상장례의 세계
2024년 11월 16일(토) 13:30분 서울 남산한옥마을 천우각 광장 특별무대에서 진도 상장례의 세계를 보여주는 진도 상장례문화 재현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대한민국 유일의 민속문화예술특구 진도군이 서울의 우리전통 건축문화 대표 장소 중 하나인 남산한옥마을에서 일반시민에게 진도가 보존하고 있는 세 종목의 상장례 문화 “ 국가무형문화유산 – 진도다시래기·진도씻김굿 / 전라남도무형문화유산 – 진도만가”를 재현하며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기원하는 행사였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란 국경을 초월하여 모든 인류의 현재와 미래세대에 공통적으로 중요할 정도로 매우 예외적인 문화적 혹은 자연적 중요성을 말한다. 즉 유산이 속한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대표적으로 표상 한다는 기존의 의미를 보다 보편적(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이고 국제적인 의미로 확장한 용어이다.
‘상장례’란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葬禮)와 고인을 조상신으로 승화하고 상주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은 상례(喪禮)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이와 같이 진도 상장례 세계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무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만이 아니라 온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취지가 담긴 태동의 파동이었다.
출상 전날 밤 상가 마당에 전문예능인과 동네 상여꾼이 함께 모여 슬픔에 빠져드는 상주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하여 밤을 지새우며 노는 마당극 민속놀이 ‘진도 다시래기’에 이어서, 망자의 넋을 천도(薦度)시키는 통과의례로 망자생전의 맺힌 원한과 좋지 못했던 것을 깨끗이 씻어 주어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도씻김굿’이 무대에서 펼쳐졌다. 진도에서는 이렇게 출상 전날 밤이 지나간다.
상여 나가는 모습의 재현은 다양한 색깔의 만장을 든 남성 상두꾼들이 앞장서고 그 뒤로 여러 종류의 꼭두로 장식한 화려한 꽃상여 앞쪽에 묶여있는 두 줄의 하얀색 긴 천 끈을 붙잡고 상여 소리 뒷소리를 하는 마을 여성 호상꾼들이 따른다. 하얀색 긴 천 두 줄 사이에는 상여소리 메김 소리꾼이 앞에서고 쇠·장구·징·북 순서의 악기잽이가 메김 소리와 뒷소리 반주를 하며 나아가는 상여소리 ‘진도만가’가 서울 남산한옥마을을 뒤덮었다.
다시래기는 다시 낳기, 다시 생산하기, 다시 마음먹기, 다 함께 즐기기 등 여러 가지로 풀이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시 태어나기’로 이야기하며 원래 망자의 원한을 풀어 저승에 잘 보내려는 의도가 담긴 제사의례이다. 슬픔에 빠져드는 상주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설움과 고통을 치유하며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위하여 밤늦도록 벌이는 마을 축제와 같은 ‘진도다시래기’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장례 때의 민속극으로 장례풍속과 민속극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씻김’이란 말은 이승에 살 때 맺힌 원한을 지우고 씻어 준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굿 도중에 맑은 물, 쑥물, 향물로 망자의 영혼을 씻어주기 위한 ‘씻김’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그것이 굿 전체의 이름이 되었다. 천도굿인 씻김굿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으며 서울 지역의 ‘진오기굿’, 동해안 지역의 ‘오구굿’처럼 대부분 화려한 고깔과 복식의 무당이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연결하며 망자가 무사히 저승으로 가기를 기원하지만, 진도 씻김굿은 종교적 성격에 무당이 하얀 소복차림으로 춤과 노래로써 신에게 빌며 죽은 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죽은 자와 접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고, 음악적으로 세련되고 예술적인 완성도가 악·가·무에서도 매우 높다.
진도 상장례문화 재현 행사는 전문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정형미, 절제미, 세련미, 완성미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공연문화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상장례의 원형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지역 공동체 보존회가 중심이 되어 진도만의 전통상장례문화가 대를 이어 진도 사람들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생활문화이다.
이 행사에 동참한 관객들의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공연자 개개인의 기량이나 무대공연에서 찾을 수 있는 조화의 예술 가치를 찾는 마음보다, 사라져가는 우리전통문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보존의 가치와 맥을 이어가는 노력의 숭고함에 찬사를 보내는 마음이 함께해야 한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하여 4시 30분 까지 ‘진도다시래기’ ‘진도씻김굿’ ‘진도만가’ 출연자와 관람객이 하나가 되어 ‘진도 강강강술래’를 펼치는 어울마당까지 약 3시간의 행사진행이 두 번째 꼭지 ‘진도씻김굿’ 중간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약 2시간 정도로 축약하여 끝내야했던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진도 상장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는 뜻을 이룰 수 있는 단단한 초석을 다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는 특별한 공개 행사였다.
우리속담에 시작이 반이며,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진도 상장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라는 큰 뜻을 위해 서둘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준비하여 진도 상장례문화의 보존가치를 증명하고 인류의 소중한 문화로 보호 받아야하는 당위성을 인지시켜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진도 상장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라는 큰 뜻을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진도에서 새벽 일찍 출발하여 버스로 5시간 넘는 거리의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재현행사를 펼친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진도만가 보존회 등 수고하신 모든 분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이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진도군과 불철주야 노력하는 진도군청 실무 종사자에게 격려의 박수와 함께 응원의 힘을 더한다. 우리전통무형유산 문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알기위해 사명감과 열정을 다하는 국가유산청,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한국예총 진도지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참고 : 진도상장례 보존회원 명단
✦ 진도씻김굿 : 보유자 - 박병원 / 전승교육사 – 김오현,송순단,박미옥,박성훈,장필식. / 이수자 – 이종대,홍미옥,박환영,이태백,강은영,이석주,박향옥,박영예,채규룡,김태영,하미순. / 전수생 – 박장성,양용은,장지원,이소영.
✦ 진도다시래기 : 전승교육사 – 박광순,김치선,강민수,조규수 / 이수자 – 강정애,설소애,김복자,안정자,전매자,윤영희,박순자,곽순애,김영애,송해영,이철재,한홍수,채규승,한춘진,임현호. / 전수생 – 신혜숙,류수민,김라영,진현우,이재현,한진수,이건호,이성현,위연성,이동현,윤범식,함승우,조성재,정광윤,이준형,오영빈,정주희,김정운,김성일,이서우,이선재.
✦ 진도만가 : 보유자 – 김기선,오주창. / 이수자 – 최현희,최종술,설영애, / 전수생 – 김효영,오종헌,유수희,김영옥. / 회원 – 김옥택,김길찬,이재길,이득종,강종원,박재욱,오재익,박인택,최원옥,백중록,설원보,전근환,설정원,양용은,박종단,백미자,권영래,정복심,곽서희,설정순,안상길,임옥희,김수자,이원심,박영자,이정애,이화영,장단비,강선이,최영님,김정숙,강맹자,박양래,조진옥,박영숙,채용석,음정희,오재선,김정순,조미경
✦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 무형유산법에 따라 국가가 무형유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국가무형유산의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하여 보존하고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의 소지자로서 인정받은 사람
✦ 국가무형유산 전승교육사 : 국가무형유산의 이수자가 된 이후 5년 이상 전승활동을 한 사람 또는 시•도무형유산 보유자로서의 경력이나 전승교육사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국가무형유산의 이수자가 된 이후 1년 이상 전승활동을 한 사람으로 해당 무형유산에 대한 전승기량 및 전승기반을 갖추고 전승실적 및 전승의지가 높으며 전승에 기여한 사람.
✦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 보유자 및 보유단체, 전승교육사가 실시하는 해당 국가무형유산의 전수교육을 3년 이상 받은 자, 전수교육학교에서 전수교육을 수료한 전수자, 시ㆍ도무형유산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가 국가무형유산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로 인정된 경우, 해당 시ㆍ도 무형유산 보유자 및 보유단체의 이수자로서 해당 국가무형유산의 전수교육을 만 1년 이상 받은 전수자, 이들 자격을 갖춘 자중 이수심사운영위원회 이수심사 결과 합격한 전수자
✦ 국가무형유산 전수생 :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자격 심사를 받기위해 해당 무형유산 교육을 받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