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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립무용단] 삶과 죽음, 한과 흥을 춤으로 풀어내다... 천안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춤, 세상을 품다’

태평에서 한(恨)까지… 삶의 순환을 그린 다섯 장면
명인과 예술가의 집결… 전통춤의 현재를 증명하다
전통춤, 세계로 향하는 뿌리… 그 가능성을 증명하다

 

삶과 죽음, 한과 흥을 춤으로 풀어내다... 천안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춤, 세상을 품다’
 

천안시립무용단이 선보인 정기공연 ‘춤, 세상을 품다’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인간의 삶과 감정, 그리고 한국 전통춤이 지닌 철학을 하나의 서사로 풀어낸 작품으로, 무대 전반에 걸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했다.

 

이날 무대는 전통춤이 지닌 존재론적 의미와 공동체적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양종승은 “천안시립무용단이 다시 원년의 정신으로 돌아와 21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97만 천안 시민을 넘어 충청권 전체가 함께하는 큰 무대”라고 강조했다.

 

태평에서 한(恨)까지… 삶의 순환을 그린 다섯 장면

 

공연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인간 삶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그려냈다.

 

1장은 태평성대와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장면으로 문을 열며, 전통춤이 지닌 공동체적 염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어진 2장은 ‘늙음과 젊음의 공존’을 주제로, 육신은 쇠해도 마음은 젊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는 삶을 긍정적으로 관통하는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장면이었다.

 

3장에서는 ‘그리움과 살풀이’가 중심이 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경계에서, 먼저 떠난 이들을 위로하고 남은 이들의 삶을 이어가는 의미를 춤으로 풀어냈다. 깊은 한(恨)을 해원하는 살풀이춤은 관객들에게 강한 정서적 여운을 남겼다.

 

4장은 ‘춤의 윤슬’이라는 주제로, 공동체와 치유의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설장구춤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동적인 무대는 전통의 신명을 극대화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5장은 ‘세상을 품다’라는 제목 아래 덧배기춤으로 마무리됐다. ‘내 안에 너가 있고, 너 안에 내가 있다’는 상생의 철학을 담은 이 장면은 공연 전체의 메시지를 집약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명인과 예술가의 집결… 전통춤의 현재를 증명하다

 

이번 무대에는 대한민국 전통춤을 대표하는 명인들과 중견·청년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박재희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보유자는 고고하고 장엄한 태평무로 태평성대와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춤의 정수를 선보였고, 처용무와 살풀이 이수자인 정은혜 교수는 학춤을 통해 우아하고 격조 높은 미학을 펼쳐 공연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또한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예술감독 서한우는 설장구춤을 통해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며 익살과 신명을 동시에 전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양종석 이사장은 “대한민국 명인·명무가 함께한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의 라이브 연주는 무대의 생동감을 한층 끌어올렸으며, 국가무형유산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의 구음은 장단의 섬세한 흐름과 춤의 호흡을 긴밀하게 엮어내며 전통공연의 깊은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전통춤, 세계로 향하는 뿌리… 그 가능성을 증명하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박종필 예술감독의 치열한 고민과 예술적 안목이 있었다. 서울시립무용단 지도위원과 익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그는,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와 승무 이수자로서 전통춤의 정수를 체득한 중견 무용가다. 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으로서도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통춤의 깊이와 현대적 해석을 조화롭게 풀어내며 탁월한 연출 역량을 입증했다.

 

공연장을 찾은 박은하, 한혜경 명무 등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는 박종필 감독

 

무대 전반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구성 속에서 ‘밀고, 당기고, 푸는’ 한국 춤 특유의 미학을 섬세하게 구현해냈다. 절제된 움직임과 호흡, 그리고 장단의 흐름 속에서 춤의 본질적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었으며, 100여 명이 넘는 출연진 역시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내며 작품의 밀도를 높였다.

 

이는 자연과 인간, 삶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한국 전통춤의 본질을 드러낸 무대였다. 특히 이러한 예술적 성취는 오늘날 세계로 확장되는 한류 문화의 근원이 전통춤에 있음을 다시금 환기시키며, 박종필 감독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와 기량을 분명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천안시립무용단의 이번 공연은 전통춤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이자 미래로 확장되는 문화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무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