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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불허전 秀堂 정명숙의 춤에는 기품의 철학과 절제의 미학이 있다

 

 

명불허전 秀堂 정명숙의 춤에는 기품의 철학과 절제의 미학이 있다

 

며칠 전 종로에 위치한 정명숙의 춤 연습실을 찾았다.

땀에 흥건한 모습으로 수십 년 젊은 무용수들을 압도하며 흐트러지지 않는 춤사위로 연습실을 누비는 명불허전 정명숙의 춤에는 기품이 있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그의 춤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1991년 우봉 이매방의 춤 이수자가 되었고 1993년에 보유자 후보가 되었으며, 2019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로 지정되었으니 26년 만에 이룬 대기만성의 외로운 춤꾼 수당(秀堂) 정명숙을 만나 보았다.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된 수당 정명숙의 춤에는 자신감과 신명이 넘쳐난다.

정명숙 명인은 대구의 명문 경북여고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경북여고 시절에 무용을 시작해서 국립무용단 제1기생으로 입단하여 전통춤의 가락을 익히기 위해 음악 전반을 배웠다고 한다.

가야금을 배운 덕분에 춤을 추기 위한 장단이 귀에 더 잘 들렸고, 가야금 외에도 당대의 명인들을 찾아다니며 북, 장구 등을 사사받았다고 한다.

 

 

"어느덧 종로에서 30여년째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춤을 가르치다 보면 비슷한 듯 하지만 다 다르다. 살아온 과정들이 춤 속에 묻어나온다. 각자의 성격이 다르듯 춤도 전부 다르다. 인생관에 따라 춤도 다르고 선택도 다르다. 이매방 선생님의 제자가 수 백명이 있는데 춤이 전부 다르다. 춤속에 과거와 현재가 묻어 나온다.

미래까지는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춤 속에 다 나타난다. 백 사람의 모습이 다 다르듯이 똑같은 음악에 같은 춤을 추어도 춤추는 모습이 다 다르다"고 말하는 선생의 표정에서 긴 세월의 흔적과 연륜이 묻어 나온다.

 

 

"전통의 춤, 살풀이 춤은 참고 견디는 춤이다. 살풀이 시나위를 몇 십 년을 한다는 것은 견디는 힘이 없이는 할 수 없다. 살풀이를 징징 짜는 춤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살풀이는 정말 매력적인 춤이다. 살풀이 춤은 인생이 내재된, 인생을 압축한 춤이다. 살풀이 춤을 통해 삶의 깊이를 배웠고 춤밖에 모르는 바보로 사는 것이 행복한 이유라고 말한다.

 

 

나의 춤 인생은 샌드위치 같았다고 말한다. 어른은 극진하게 모셔야 했고 후배는 사랑해야 했다. 삼강오륜과 윤리도덕이 없으면 예술가가 아니다. 춤만 춘다고 예술가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단호하다.

 

정명숙 명인의 타고난 감수성과 자태는 교태미가 넘쳐 흐른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움직이고 움직이면서 움직이지 않는 정중동 동중정의 응축된 감정이 절제의 미학으로 경지의 춤을 구현한다(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는 찬사가 잘 어울린다.

 

 

종로의 수당 정명숙의 춤 연습실에는 50여 명의 제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어 함께 춤을 춘다. 멀리 목포, 순천에서부터 가평, 대전 등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제자 박금희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이곳에서 춤을 춘다. 어릴 때에는 리틀엔젤스 단원이기도 했던 그는 일본에 살고 있을 때에도 한국 전통춤을 그리워해 이젠 서울로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이곳에서 춤을 배우고 있다.

정명숙 선생님의 춤의 세계에는 꿈이 있고 철학이 있다면서 “춤이 삶이고, 삶의 의미”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내안에 들어 올 때까지 나는 정명숙 선생님의 제자이고 싶다고 했다.

 

 

춤은 기품이 있어야 하고 섹시해야 한다는 정명숙 명인의 춤의 철학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제자들과 땀 흘리시는, 명불허전 정명숙 명인의 춤추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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