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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통춤 공연예술계, 자체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전통춤 공연예술계, 자체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전통문화 칼럼니스트 김승국

 

정규 교육과정에 뒷방 신세가 된 우리 전통춤

 

해외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에게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해외에 유학을 가 그 나라 가정에 초대받으면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민요를 들려달라거나 전통춤을 보여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을 종종 받곤 하는데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참으로 난감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유학생들은 그래도 몇 가지 자기 나라의 전통예술 개인기를 펼쳐 보이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줄 몰라 당황했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5천 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유아교육에서 대학교육까지 전통예술 교육이 부재했고, 대학입시에만 매몰되어 지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정규 교육과정에 전통 예술교육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국민을 키워낼 수 있다.

 

요즘은 웬만한 가정에서는 어린 자녀들을 피아노 학원이나 교습소에 보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처음으로 받는 예술교육이 서양음악인 셈이다. 정작 우리 전통음악의 기본 장단이나 민요나 판소리 한 대목 정도, 혹은 우리 민속춤의 기본 장단과 춤사위 정도는 알아야 문화민족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전통춤은 민중들의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인 삶의 표현이 미적 몸짓을 통하여 표출되는 춤이라 정의한다. 또한, 우리 전통춤은 신명과 멋의 춤, 고달픈 삶을 극복하는 극복의 춤이여 희원(希願)의 춤이라고들 한다. 우리 전통춤의 춤사위는 왜곡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하며,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을 지키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민중들의 춤에서 전문예인들의 전유물이 된 우리 춤

 

그러나 우리 전통춤 연행자를 제외하고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중에는 우리 전통춤의 기본적인 춤사위를 체득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서글픈 일이다. 과거를 살펴보자. 우리 역사의 출발점에서부터 우리 선대들은 생활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춤이라는 미적 표현 양식으로 표출하며 살아왔다. 우리 민족은 춤의 단순한 향유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춤의 주체자로서 즐거운 민족이었다.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민중들은 민속춤이 일상에 녹아들어 있어 어려서부터 기본적인 춤사위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민족문화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춤이 일상에서 사라지고 우리 전통춤이 전문예인들의 전유물로 변화되고 국민은 일방적인 구경꾼으로 전락해버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속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검무로 귀결된다.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검무가 대표적인 민속춤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검무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전승 기반이 굳건해졌고, 이 네 종목이 기득권 종목이 되어 타 종목의 진입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네 종목 외 수많은 민속춤의 전승 기반이 무너져 버리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전통춤계, 줄 세우기 문화와 타 계파의 춤과 예술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고질병

 

우리 전통춤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춤계의 고질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서로 남 잘되는 것은 보지 못하고, 모함, 투서, 고발이 난무하고, 기득권 지키기, 금력 추수주의, 타 계파의 춤과 예술성을 존중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현실에 대해서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입바른 소리를 하면 괘씸죄가 곧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춤의 계파를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문제점은 많다. 아직도 국가 및 광역 무형유산 지정 종목의 기득권 지키기와 줄 세우기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무용지도자의 변화와 혁신 의지 실종, 대학 무용과의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 너무도 높아진 국공립무용단입단 장벽(노조 설립 후 완전 철밥통), 무용 연행자의 일자리 기반 약화 등 문제가 수두룩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된 종목 중심으로 교육과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고, 우리 전통춤 공연이 승무, 살풀이, 태평무, 검무, 한량무 등 전통춤 레퍼토리 나열식 공연이 아직도 많다. 그러한 진부한 공연으로는 더는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에 적응하는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타 장르와의 협업 및 융합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데 그 노력이 아직도 부족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우리 전통춤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방과 후 교과 학습으로 간신히 연명하며 뒷방 신세가 되고 있다. 이러니 향유자 기반이 약화할 수밖에 없고, 연행인력 기반 또한 약화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 전통춤계 자체 혁신과 진흥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부터 하자. 우리 전통춤 지도자들이 학회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공론화 과정에서 우리 전통춤계의 쇠락 원인을 규명하고, 우리 전통춤계가 처한 환경분석을 철저히 해보고, 우리 전통춤 진흥을 위한 적극적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 병행해야 할 것은 우리 전통춤 지도자들이 후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솔선수범하고, 무용계 자체의 철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전통춤 예술 주체이자 생산자인 시민 생활문화를 확산하기 위하여 평생교육 차원에서 우리 전통춤의 생활예술 활성화 기반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전통춤이 일상 속의 시민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평생교육 우리 전통춤 지도자 양성 및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재미있고 신명 나는 평생교육 우리 전통춤 레퍼토리를 제작하여 보급해야 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학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춤계의 활성화와 후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학교수 등 무용지도자의 변화와 혁신 노력 필요하다. 무용과를 체육대학에서 분리하여 예술대학에 포함해야 하며, 대학 졸업 후 사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다양한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대학생들이 졸업 후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재학 중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 전통춤, 경쟁력 있는 동시대적 공연예술로 거듭나야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마지막으로 우리 전통춤계 지도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딱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 전통춤계가 자체혁신을 통하여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스스로 건강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 전통춤이 국민 속의 우리 춤으로 다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전통에 기반을 둔 동시대적 우리 전통춤 작품을 제작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지원에만 매달리지 말고 스스로 시대에 적응하는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과감하게 타 장르와의 협업 및 융합을 통하여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 전통춤계가 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실천해 내지 못한다면 자멸할 수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지난해 9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무용계 일부 지도자들과 무용 단체들이 유인촌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지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성명서의 명단을 살펴보니 우리 전통춤계의 지도자급 인사나 단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지지성명을 내었던 인사나 단체들이 유 후보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향후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 관련 단체장이나 예술감독 임명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는 실력자에 줄을 대어 지원을 더 얻어내기 위한 속셈으로 비쳤던 것은 나만의 편향된 시각이었을까?

 

그때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그때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는지 아니면 그냥 우려였던지는 전통춤계에 종사하고 있는 공연예술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리 전통춤계의 창작환경이 열악하다 하더라도 순수예술 공연예술가로서 자존심과 긍지와 품격을 지키고, 권력에 줄 서는 풍토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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