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대한민국국악제가 2022년 11월 10일 오후 5시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국악, 사랑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막을 올렸다.
사)한국국악협회가 주최/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시, 국악방송, 사)한국음악실연자협회가 후원한 대한민국국악제는 대한민국음악제의 전야제, 개막프로그램으로 전통음악을 연주하던 것이 1981년부터 서양음악과 분리되어 독자적 국악제로 출발하여 전통음악의 발굴, 계승발전의 문화적 단계를 무대화한 축제로 전문분야의 우수한 연주자와 연주단체의 연주 그리고 선별된 작품의 연주를 통하여 국악 활동의 의욕을 높이는 동시에 국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의 분위기를 만들어 축제의 장을 열고 거듭되는 국악제가 민족음악 수립의 큰 흐름으로 작용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어 1992년 12회 대한민국국악제부터 현재까지 한국국악협회에 의해 개최 되고 있다.
채치성(전 국악방송사장) 총연출의 구성과 출연진 캐스팅으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와 지방문화재 명인, 명창, 명무 등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출연하고 박애리 씨가 사회자로 나와 국악계와 국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제41회 대한민국국악제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막이 올랐다.
국악타임즈는 이번 국악제에 출연한 출연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의 글로 대한민국국악제를 빛내준 국가중요문화재와 지방 문화재들과 명인, 명창, 명무들이 대한민국국악을 위해 헌신한 과정을 공감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전남 순천, 소병철 국회의원이 이영애 명창을 축하하기 위해 국립극장을 찾아와 격려하고 보내준 축하 旗
제41회 대한민국국악제를 축하하기 위해 국정감사의 바쁜 정치현안이 있음에도 국립극장을 찾아와 격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축하 旗를 보내준 전남 순천의 소병철 국회의원과 이서진 보좌관, 한국예총 이범헌 회장은 축하의 화분을 보내왔다.
1부 순서의 서막을 올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서곡 북이라동동”은 6명의 타악 연주자들이 벌이는 퍼포먼스는 객석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온 관객들을 위한 신들림과 같은 한판이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한상일 상임 지휘자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은 1994년 9월 창단되어 지역 국악발전에 공헌하고 향토 민속음악 발굴과 창작으로 차원높은 국악관현악 연주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도 특유의 음악성을 살려 육자백이 선율의 성음을 극대화하는 연주곡들을 연주할 수 있는 국악관현악단이기도 하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한상일 상임 지휘자는 이날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그동안 야외에서 해오던 국악제가 국립극장이라는 무대에서 열리는 것과 출연자들의 면면이 대한민국국악제와 걸맞는 품격을 높이는 국악제였고,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가무악이 한껏 조화를 이루는 화려한 국악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준 채치성 총연출의 노력에 감사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한상일 상임 지휘자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광주시립 상임 지휘자로 있으며 부지휘자에 최원록 씨, 악장은 송선명 씨이고 총 56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기악부문 공연에는 국립국악원 악장을 역임한 원장현 명인이 대금산조 협주곡을 연주하였는데 이 곡은 2022년 9월 전북도립국악단에서 초연된 협주곡으로 김백찬이 재편곡한 곡이다.
피리 연주에는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예능보유자이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최경만 선생이 “호적풍류”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협주하였는데 본래 사물놀이 반주로 연주하는 태평소 음악을 최경만 명인이 관현악 편성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경기음악의 흥취와 함께 우리 장단의 다양성과 변화무쌍함이 만나는 경쾌하고 시원시원한 태평소 음색을 만끽하며 경기제 음악의 진수를 맛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김영임 명창
이어서 김영임 명창의 민요 ‘한 오백년’ ‘창부타령’ 등으로 광주시립관현악단과의 협연이 마무리되었다.
2부 첫 순서는 한국국악협회 전남지회와 제주도지회, 강원지회의 출연으로 지역의 특색이 있는 향토문화를 소개하는 순서를 가졌다.
이어서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인 김수연 선생의 미산제 수궁가 중 “범 내려온다”로 판소리의 진수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깊은 골로 한 짐생 내려온다, 뉘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찟어지고” 이에 걸맞는 당대 최고의 고수인 정화영 명인의 추임새는 객석을 한껏 고조시키고도 부족함이 없었다.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예능보유자인 이춘희 명창이 이수자들과 함께 부른 소설 춘향가는 이도령과 춘향이 처음으로 만나는 대목인데 남도의 판소리를 창으로 옮겨 부른 곡이다.
전반부는 춘향이가 이도령에게 자신의 집을 가르쳐주는 대목이고, 후반부는 이도령이 춘향에 대한 연정을 노래한 것으로 판소리 춘향가의 토막소리를 경기12잡가로 재구성하여 부른 곡이다.
경기민요예능보유자인 이춘희 명창이 이수자들과 함께 부른 소설 춘향가
서도소리 국가무형문화재인 김광숙 보유자와 이춘목 보유자가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3호 서도입창 예능보유자인 한명숙 명인과 함께 부른 긴 아리, 자진아리는 평안도 용강 강서지방의 민요로서 일명 “용강긴아리”라고도 하는데 이 고장의 노동요이기도 하다. 그 지방 사람들의 애환과 생활상을 시적인 가사로 서도선율에 얹은 이 노래는 우리 민요의 수작이라고 호평을 받기도 하는 곡이다.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예능보유자인 임정란 선생과 경기민요전승교육사 김금숙, 재담소리예능보유자 최영숙, 전국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정경숙, 이기옥 등이 출연한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지던 민요이다. 노래가락, 창부타령 등이 대표적인 경기민요이고 다채롭고 명쾌한 선율의 특징이 있다.
이은관 명창의 대를 이은 국가무형문화재 배뱅이굿 예능보유자인 김경배 명창과 양진희 이수자의 무가재담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객석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평양의 가짜무당 건달녀석이 주막거리 노파에게서 배뱅이의 죽은 내력을 알고 와서 능청스럽게 박수무당 행세를 하며 배뱅이 어머니가 속아 넘어가 재산을 털리는 대목에서 객석은 탄식소리와 웃음이 함께 뒤범벅이 되었다.
경기소리와 함께한 예인의 삶, 기나긴 소리의 여정, 경기소리의 전통을 전하고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 주제곡인 고사덕담은 작고하신 구희서 선생이 작사하고 김혜란 명창이 작창한 곡으로, 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만든 곡인데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교육사인 김혜란이 제자들인 우리음악연구회 김혜영 이사장과 유현지, 강성숙, 정병숙, 임정호, 최순화 이사들과 함께 부르는 고사덕담으로 객석의 관중들의 복까지 빌어주는 행운까지 선물하였다.
김혜란 명창이 제자들과 함께 부른 고사덕담 장면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이고 가야금병창의 중시조인 오태석의 생가인 낙안읍성가야금병창보존회 이사장으로 있는 이영애 명창의 ‘단가 호남가’와 판소리 심청가 중 ‘방아타령’은 관객들과 최고조의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연주와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조명이 사라지고 사회자가 다음 곡을 소개하는 돌발 상황에서 이영애 명창과 정화영 고수는 객석을 향해 방아타령을 연호하게 했고 객석이 환호로 화답하자 이영애 명창의 방아타령은 일렁이는 파도와 같이 객석과 혼연일체가 되어 심봉사가 황성맹인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동네 여인들과의 방아를 찧는 '방아타령'을 부르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이 시대 최고의 고수인 정화영 선생은 무대를 내려오는 이영애 명창에게 배짱이 남산만하다고 위로하였다.
이영애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의 판소리 방아타령 장면
이 시대 최고의 고수인 정화영 선생의 열연 모습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율창 예능보유자인 유창선생이 13명의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자 무대는 선비들이 글을 읽는 서당으로 바뀌었다.
조선후기 숙종 31년에 봉상시첨정을 역임하였던 문신이며 문장가인 청천 신유한이 지은 칠언시 촉석루가 울려퍼졌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인 유창 선생과 제자들이 열창하는 모습
촉석루는 칠언시에 정가조로 운율을 붙여 만든 선비문화의 대표적인 음악유산인 “율창”으로 재탄생하여 객석의 수 많은 관중들이 깊은 사색에 잠기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이어지는 적벽부는 소동파가 조정의 비리를 풍자했다는 혐의를 받아 황주로 유배를 갔을 때 적벽에서 친구들과 뱃놀이를 하면서 지은 곡으로, 송서에 음악적 예술성을 더해 가락을 붙여 구성진 성악곡인데 표현한 글의 내용을 노래처럼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유창 명창은 경기소리를 하다가 스승인 묵계월 명창을 만나 송서율창의 매력에 빠져 전수받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묵계월 명창은 경기민요의 절창이자 송서의 전성기를 이끈 이문원의 ‘삼설기’를 소리꾼 중 유일하게 전수받은 명창이다.
송서율창 보유자 유창 선생과 제자들
신운희 명인과 이순임 시조홍보대사 박문자, 김영미 등이 우시조(羽時調),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어든 꽃에 들어 자고가자 꽃에서 푸대접 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시에 가락을 얹어 긴 호흡으로 엮어내는 시조를 감상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였다.
대금산조의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이생강 선생이 고수 이성준을 앞세우고 무대로 나오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환호로 화답했다.
이생강의 대금산조는 다른 유파보다 높은 음으로 새울음 소리 묘사 등 특유의 기법으로 다양한 리듬 분할을 통해 조바꿈과 엇박의 붙임새 등 소리가 맑고 음력이 풍부한 것이 특색이다.
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경주 명인이 제자 열 두 명과 강태홍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하는 장면은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온 듯한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였다.
임경주 명창과 제자들이 가야금산조를 연주하는 장면
명불허전 수당 정명숙의 춤에는 恨이 있다.
단순히 슬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환희와 신명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이중구조의 인간적 감정을 표현하며 정중동의 미학으로 세련되고 정교한 기교의 예술 춤으로, 수당 정명숙의 특유의 호흡과 춤사위는 우아하고 화려하며 아름답고 품격을 갖춘 단아한 이중적 매력으로 관객과 교감하는 춤이다.
제자 25명이 하얀 한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은 하늘에서 학이 내려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수당 정명숙의 변하지 않는 다그침,
“춤추는 사람은 맑고 정직한 마음으로 춤을 추는 것이여”
국가무형문화재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정명숙 선생과 제자들
이건자 선소리산타령 전승교육사를 필두로 일곱 명이 출연하여 부른 선소리 산타령은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산과 강을 사설에 넣어서 불렀다고 해서 뒷산타령이라고도 하며 흥겨운 가락으로 흥을 돋구는 소리로 장단이 빨라지며 부른다고 해서 잦은 산타령이라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선소리산타령을 부르는 전승교육사와 이수자들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한국국악협회 농악분과 농악대가 흥겨운 판굿놀음으로 설장고와 벅구, 열두발 상모를 돌리며 제41회 대한민국국악제의 성대한 대미를 장식하고 막을 내렸다.
한국국악협회 농악분과 농악대의 흥겨운 판굿놀음
제41회 대한민국국악제 총연출을 맡은 채치성 감독은 "짧은 일정과 흡족하지 못한 공연준비 과정과 공연 여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전통문화 유산의 상속자라는 높은 자긍심으로 대한민국국악제를 위해 헌신적으로 협력을 해주신 국악계 선배님들에게 한없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동료, 후배 여러분들에게도 뜨거운 연대의 마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수고하신 국악인들과 채치성 총연출자와 스텝들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