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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0년 동안 초등학교 1∼2학년에 음악, 미술 교과가 없는 나라?

글 / 정은경 부산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정은경 칼럼] 40년 동안 초등학교 1∼2학년에 음악, 미술 교과가 없는 나라?

 

어린 시절 음악 시간에 담임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그날 배운 곡을 반 전체 학생들 앞에서 노래 부른 기억이 선명하다. 학기 초였기 때문에 선생님은 학생들 한명 한명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우연히 눈이 마주친 학생에게 음악 수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노래를 시키신 것이다.

 

“세 번째 줄에 앉은 노란 원피스 입은 너, 오늘 배운 노래 불러 볼래?” 그렇게 독창을 하였다.

 

부끄럽고 숫기가 없었던 그때,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은 평생 음악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너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를 내는구나!” 그땐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엄청난 특급 칭찬이었던 것이다.

 

만약 초등학교 시절 다양한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하고, 나의 음악적 재능을 담임선생님이 발견해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지금처럼 살아가고 있을까?

 

어린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학습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옛 추억을 소환해 본다.

 

음악학습은 사회, 정서적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도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전인적 인격 형성과 정신 건강, 마음 건강에도 필수적이다.

 

비단 음악학습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학습과 더불어 미술학습은 단순히 교육 영역을 넘어서 우리 삶의 여러 가지 정서 문제를 치료해 주는 의학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에서 신체활동 영역을 체육 교과로 분리하는 방안을 현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4월 13일자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에 이러한 교과과정 개정을 요청한 상태이며, 다음 주 26일에 이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1∼2학년 통합교과인 ‘즐거운 생활’은 음악, 미술, 체육이 하나로 묶여 있는 교과이다. 그런데 체육만 ‘즐거운 생활’에서 독립되어 편성된다면 애초의 통합교과로서의 의미가 약해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교육계와의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기에 현장 교사를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제3차 교육과정을 마지막으로 40년 동안 나타나지 않은 음악, 미술, 체육 교과서! 즉 초등학교 1∼2학년 음악, 미술, 체육 교과는 제4차 교육과정부터 ‘즐거운 생활’이라는 통합교과에 종속되었고, 교육과정에 ‘즐거운 생활’이라는 교과 이름은 있으나 교과서는 없는 교과라는 것을.

 

2007 개정 교육과정 이후 ‘즐거운 생활’ 교과는 주제명으로만 교과서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무려 8개의 주제별(학교, 사람들, 우리나라, 탐험, 나, 자연, 마을, 세계)로 ‘즐거운 생활’ 교과서가 나누어져 있어 2015 개정 교육과정 때 4개의 주제(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더욱 세분화 되어 학교 현장 교사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저학년 체육 교과만의 분리 방안을 두고 음악, 미술계의 반발은 예상된 것이다.

 

즉,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에 체육 교과가 없어 체육 시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교육부의 지적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 체육 교과만 별도로 없는 것이 아니라 음악, 미술 교과도 없기 때문에 각 교과별 시간은 확보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로 실내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학생들의 체력이 저하되었고, 그 여파로 신체활동을 강조하는 것에는 물론 공감한다. 그러나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 못지않게 음악, 미술 교과의 예술교육 본질을 회복할 시점에 놓인 것이다.

 

OECD에 가입된 38개 국가 중 초등학교 1, 2학년에 음악, 미술 교과가 없는 유일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저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내용을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외국의 경우는 가창, 기악, 창작, 감상 등 전 영역에 걸쳐서 골고루 학습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노래 부르기와 간단한 리듬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그친다. 미술과 교육과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그리기, 꾸미기와 만들기가 주를 이루면서 음악, 미술 교육과정은 유치원의 누리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수준을 답습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간의 정서 활동과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한국 음악교육 · 미술교육 공동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체육 교과의 분리를 적극 지지하면서, 정서적 건강을 담보하는 음악 교과와 미술 교과의 독립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행보를 현재 보이고 있다.

 

체육 교과의 분리는 궁극적으로 신체활동의 강조뿐만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안전교육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 안에 포함되어 있는 안전교육 시간 16시수를 체육 교과의 독립 운영 시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전교육을 신체적 활동으로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은 음악, 미술 교과에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정서적 안정과 마음 건강교육도 동반되어야만 교육부가 강조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도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교육부가 어린 학생들의 신체활동 강화를 위해 ‘즐거운 생활’ 통합교과에서 체육만을 별도로 분리하겠다는 현 상황에서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 및 학교 현장 교사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양한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음과 같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추진해주기를 제안한다.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 해도 관련 학계마다 동상이몽이기에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첫째, 통합교과인 ‘즐거운 생활’은 음악, 미술, 체육이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에 체육만 분리되어 독립교과로 편성하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음악, 미술 교과도 함께 분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신체활동 강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서교육과 정신, 마음 건강 등을 책임지는 음악, 미술 교과의 독립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각 교과의 분리만큼 중요한 것이 그에 따른 교과별 시수도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특정 교과에만 몰아주기식 시수 배분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각 교과마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교과는 없다.

 

셋째, 교육부가 강조하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음악, 미술, 체육 교과가 초등학교 현장에서 균형있게 학습되어야만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원칙을 가지고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체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의 신체 건강은 그 어떤 것에 비해서 소중하다. 다만, 모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처럼 교육도 편식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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