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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64인의 장엄한 군무로 되살아나는 종묘제례일무 전장(全章)

2025년 11월 29일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

 

64인의 장엄한 군무로 되살아나는 종묘제례일무 전장(全章)

 

아악일무보존회 창립 10주년, 국내 최초의 전장 완성형 공연 ‘팔풍의 몸짓, 일무’ 선보인다

 

조선 왕조의 정신과 의례 미학을 온전히 품은 종묘제례일무가 오는 11월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내 최초로 64인 전장(全章) 공연으로 펼쳐진다. 사단법인 아악일무보존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무대는 전통 제례 형식인 팔일무(八佾舞)를 온전한 구조로 복원해내는 전례 없는 시도로, 종묘제례에서 의식 절차에 따라 일부만 보여지던 춤의 24장 전체를 암보(暗譜)로 재현하는 뜻깊은 자리다.

 

종묘제례악과 일무는 세종과 세조가 정비한 조선 왕실의 대표 제례악무로, 음양오행·팔풍·팔방 등 동양 미학과 철학의 집약체이자 600년 왕조의 권위와 질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엄한 의식무다. 그중에서도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팔일무는 8열 8행, 총 64인의 무원이 추는 춤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종묘제례에서는 의식의 흐름에 맞춰 축약된 형태로만 전해져 왔다. 이번 공연은 그 축약된 틀을 넘어 본래의 형식과 군무의 질서를 완벽하게 되살리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전승교육사 김영숙의 반세기 헌신, 드디어 무대에서 결실을 맺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종묘제례일무 전승교육사 김영숙의 50년 헌신이 자리한다. 그는 1975년 종묘제례일무를 전수받은 이후 두 스승 김천흥·성경린 선생의 유지에 따라 “전장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평생 실천해왔다.

 

1988년 최초의 전장 공연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총 9회의 전장 발표를 주도하며 전형 복원의 초석을 다져온 김 전승교육사는 이번 열 번째 발표에서 마침내 전승자 64인이 모두 참여하는 완성형 전장 무대를 성사시켰다. 이는 한 예술가의 반세기 수련과 교육, 그리고 무용수들의 끊임없는 연습이 이뤄낸 결실이기도 하다.

 

64인이 완성하는 군무의 질서… 국공립 단체도 시도하지 못한 도전

 

종묘제례일무 이수자 약 70여 명 가운데, 전수자들을 포함한 64명이 무대에 올라 전장 24장을 80분간 암보로 완주한다.
이는 고도의 집중력, 체력, 단체 호흡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도의 무대로, 그 어느 한 사람의 흔들림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한 군무다.

 

군무의 통일감을 위한 체력 훈련과 장시간의 호흡 조절, 절제된 움직임, 전통 형식의 이해 등은 국공립 단체에서도 완주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이번 무대는 이를 실현한 최초의 전장 공연이라는 점에서 전승 방식의 새로운 이정표로 남게 될 전망이다.

 

현대 창작무용의 원형이 무대로… 전형(典型)의 예술성을 다시 보다

 

종묘제례일무는 그간 국립무용단 <향연>을 비롯해 서울시무용단 <일무>, 국립국악원 전장공연 등 다양한 창작무용의 모티프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현대적 재구성에 초점을 둔 무대였다.

 

이번 공연의 가치는 창작이 아닌 전형 그대로의 64인 전장을 24장 전편으로 구현한다는 데 있다. 전통의 근원적 미학과 절제된 형식미, 그리고 종묘제례일무가 가진 상징성과 신성함을 통해 대중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원형의 예술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악일무보존회 창립 10주년, 전통 계승의 역사를 완성하다

 

또한 이번 공연은 아악일무보존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 무대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2009년 시작된 <팔풍의 몸짓, 일무> 시리즈는 2024년까지 9편의 전장 발표를 통해 전승 기반을 다져왔으며, 이번 <일무10>은 그 연작의 결실이자 전통 계승의 역사적 완성이다.

 

아악일무보존회는 전통 의례무의 복원과 교육, 전승 체계의 확립에 힘써왔으며 이번 무대는 조선 왕실 제례 문화의 예술성과 철학을 재조명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