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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강연] “스승의 찢어진 사진을 다시 잇다”… 제자 이지현이 밝히는 예인 장홍심, 다시 춤의 역사로

2026년 3월 14일 오후 1시 30분
대학로 예술가의 집 세미나1실

 

“스승의 찢어진 사진을 다시 잇다”… 제자 이지현이 밝히는 예인 장홍심, 다시 춤의 역사로

 

일제강점기 권번 예인이자 근현대 한국춤의 한 축을 이루었던 장홍심(張紅心, 1915~1994)의 삶과 예술이 새롭게 조명된다. 28년간 충남 공주에 위치한 한국민속극박물관 선반 위 트렁크에 보관돼 있던 앨범과 다수의 찢어진 사진이 연구 자료로 공개되면서, 이를 계기로 ‘장홍심무용연구회’가 결성되고 본격적인 학술 연구가 시작됐다.

 

장홍심무용연구회(공동회장 이지현·최선일)는 오는 3월 14일 오후 1시 30분, 대학로 예술가의 집 세미나1실에서 제1차 창립기념 학술강연을 개최한다.

 

3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유품 사진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한국민속극박물관(관장 심하용)에 보관돼 있던 트렁크였다. 그 안에는 장홍심의 앨범과 함께 심하게 훼손된 사진들이 다수 들어 있었다. 사진들은 1930~40년대 권번 시절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시간의 단면을 담고 있었으나, 일부는 찢어진 채 조각으로 남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장홍심에게 사사(1975~1978)한 제자이자 춤비평가인 이지현 박사와 불교미술사가 최선일 박사는 유품을 제공받아 복원과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조각난 사진을 맞추는 과정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잊혀진 예인의 생애를 다시 잇는 작업이었다.

 

춤비평가 이지현 박사는 자신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5년, ‘장홍심 고전무용연구소’에서 처음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4년여 동안 연구소를 다니며 보낸 유년 시절은 “춤을 배우는 재미로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하며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몰랐던 스승의 삶을 복원 작업을 하면서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이지현 박사는 “사진의 파편을 맞추는 일은 선생님의 삶의 파편을 이어 붙이는 일이었다”며 “우리 전통 예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저평가의 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함흥권번에서 조선음악무용연구회까지

 

장홍심은 12세에 함흥권번에 적을 올리고 춤과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권번 예인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특히 1937년 한성준과 함께 ‘조선음악무용연구회’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사실은 거의 조명되지 못했다.

 

1942년 한영숙이 한성준의 후계자로 대외적으로 지목되면서, 당시 활동의 여러 결은 큰 역사적 흐름 속에 묻혔다. 장홍심의 춤 실력과 존재감 역시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채 변두리로 밀려났다.

 

해방 이후와 전쟁, 피난을 거친 장홍심은 16년간 부산에서 머문 뒤 뒤늦게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급변한 환경 속에서 무대 활동은 제한적이었고, 서대문과 중곡동의 장홍심무용연구소에서 교육에 집중했다. 1984년 제11회 한국명무전에 초대되며 비로소 주목을 받았고, 1993년 다시 한 차례 초대되었으나 생의 마지막은 연구소의 작은 방에서 조용히 맞았다.

 

‘바라승무’와 권번 승무의 실마리

 

연구회의 향후 핵심 주제는 장홍심의 대표 연목으로 알려진 ‘바라승무’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승되는 승무와 달리 후반부에 바라를 들고 추는 형식으로, 불교 의식무의 요소와 권번 승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연구회는 “장홍심을 연구하지 않고서는 권번 승무의 계보와 변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장기적·학제간 연구를 예고했다.

 

창립기념 학술강연, 유품 공개 자리

 

3월 14일 열리는 제1차 학술강연은 단순한 발표회를 넘어 증언과 기억을 모으는 자리로 기획됐다.

 

강연 1: ‘장홍심 유품사진의 새로운 가치’ – 이지현(장홍심무용연구회 회장)

강연 2: ‘명무 장홍심을 만난 사람들(1)’ – 이자균(한국민속연구소 대표)

강연 3: ‘오랜 시간 기다려온 장선생님의 유품 이야기’ – 심하용(한국민속극박물관 관장)

 

특히 심하용 관장은 1960년대 중반생으로 추정되는 제자 ‘박인숙’이 유품을 4년간 보관하다 박물관에 전달한 장면을 증언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이 증언이 장홍심 생애의 공백을 메울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박인숙 씨의 행방을 찾는 데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홍심무용연구회의 출범은 한 예인의 복권을 넘어, 권번 예술과 기생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묻는 시도다. 연구회는 “오랜 시간 기다려 온 유품 사진 공개와 함께, 근대사의 격동 속에서 춤으로 한 평생을 살아간 장홍심 선생의 발자취와 예술적 가치를 함께 돌아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
장홍심무용연구회 공동회장 이지현 010-9652-5578
공동회장 최선일(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소장) 010-8158-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