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서 몸으로 쓴 민주주의… 한국민족춤협회 10년의 기록
지난 3월 20일 저녁, 서울 혜화동 성균소극장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민족춤협회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길 위에서 몸으로 쓴 민주주의>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 10년간 시대의 현장에서 몸으로 기록해온 민족예술의 궤적을 되짚는 자리였다.
한국민족춤협회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거리로 나섰던 무용가들의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이후 ‘나눔과 상생’을 바탕으로 갈등과 경쟁을 넘어 소통과 치유의 문화를 지향하며, 2016년 장순향 초대 이사장을 중심으로 민족의 애환이 담긴 몸짓을 통해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예술 집단인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자리 잡았다.
무대 위에 펼쳐진 ‘시대의 몸짓’… 예술로 피어난 민주주의
이날 1부 공연은 민중가수 문진오의 무대로 문을 열었다. 1990년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핵심 보컬로 민주화 운동의 현장을 함께했던 그의 노래는, 이번 무대에서도 여전히 시대의 울림을 전달했다.

민중가수 문진오
이어 서정숙의 <버선춤>은 구음 살풀이 반주 위에 전통 오브제 ‘버선’을 매개로 펼쳐지며, 개인의 몸짓을 공동체적 비극과 애도로 확장시키는 인상 깊은 무대로 완성됐다.
박정희의 <빛으로 오는 평화, 다시 민주>는 전통 춤의 호흡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회복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전통과 현재를 잇는 예술적 시도를 보여줬다.
또한 정병인·노병유가 선보인 <북청사자춤>은 민악솟대의 힘찬 반주와 어우러져 역동성과 해학을 동시에 드러내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1부의 마지막은 1970~80년대 민중문화운동의 흐름을 잇는 <수주 탈춤패>의 신명 나는 공연이 장식하며, 무대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적 에너지로 확장됐다.
“아름다움을 넘어 역할로”… 10년을 버텨낸 이유
이날 행사에서는 협회의 지난 시간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초대 이사장 장순향 선생은 “빛의 광장에서 매일같이 집회에 나가며 춤으로 시대를 견뎌왔다”며 “춤은 단순히 아름답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초대 이사장 장순향
장순향 선생은 세월호 참사 직후 국립국악원 공연에서 예정에 없던 ‘세월호 춤’을 올리고, 이후 팽목항으로 달려가 이름도 모르는 이들과 함께 춤으로 연대를 시작했던 과정을 회고하며, 협회의 출발이 철저히 ‘현장’에서 비롯됐음을 설명했다.
또한 “지원 없이도 후원과 연대로 10년을 버텨왔다”며 “제대로 된 춤으로 시대와 마주하겠다는 다짐 속에 전국의 춤꾼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2부 기념식에서는 케이크 커팅과 함께 축하 인사와 기념 영상 상영이 진행됐다. 이삼헌 이사장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협회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연대와 관심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의 아픔이 있는 현장에서 함께하는 예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몸으로 써 내려온 10년, 그리고 이어질 시간
이날 행사는 공연과 발언, 그리고 기록 영상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한국민족춤협회의 지난 10년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한국민족춤협회가 시대의 아픔을 몸짓으로 승화시켜 온 지난 10년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 민족예술을 대표하고 선도하는 예술단체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민족춤협회는 지난 10년 동안 길 위에서 몸으로 민주주의를 써 내려왔다.
그리고 그 몸짓은 앞으로도 시대와 함께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