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송영관
4월
한근숙
봄인가 바람 불고 겨울은 못내 남아
붉은 옷 갈아 입고 푸른 신발 신을 적에
꽃샘이 오셨다 갔나, 마음 먼저 와 있네
권주가
한근숙
목말라 앉았는데 차 한 잔 마련한 손
두런두런 얘기 끝에 한 잔 술 넘쳐나고
초행길 낯선 나그네, 오래 벗이 되었네
벌써 오월
한근숙
빠르다 그 세월이, 내 마음 같지 않네
머리 위에 내렸는가, 서리 꽃이 피었구나
고개는 저 혼자 취해 지친 몸만 졸고 있네
마지막 오월
한근숙
던지듯 옛 기억이 새록새록 새로워라
오월 그 날 오래된 신부 세상 밖을 나섰는데
구만 리 먼 길 돌아 돌아 한 세월이 꿈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