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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독립운동가 윤형숙 열사의 삶, 대서사극으로 되살아나다... 창작연극 <윤혈녀>, 여수 시민회관서 깊은 울림 전해

윤형숙 열사, 무대에서 다시 살아나다
배우·창작진이 빚어낸 시대의 울림
잊혀진 독립운동가의 기록, 문화로 잇는 새로운 시작

 

독립운동가 윤형숙 열사의 삶, 대서사극으로 되살아나다... 창작연극 <윤혈녀>, 여수 시민회관서 깊은 울림 전해

 

여수 출신 독립운동가 윤형숙(尹亨淑·1900~1950) 열사의 삶을 무대 위에 되살린 창작연극 <윤혈녀(尹血女)>가 지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여수 시민회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역특성화 콘텐츠사업에 선정된 극단 파도소리의 이번 신작은 ‘남도의 유관순’으로 불리며 조국 독립을 위해 청춘을 바친 윤형숙 열사의 일대기를 대서사극으로 담아내 시민들의 깊은 관심을 모았다.

 

극은 윤형숙 열사의 학창 시절과 3·1운동 참여, 독립투쟁과 고문, 해방을 맞기까지의 험난한 삶을 강렬한 서사로 풀어냈다. 윤 열사는 광주 만세운동에 참여해 일본 헌병의 칼에 왼팔을 잃고도 태극기를 들고 끝까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으며, 고문으로 오른쪽 눈까지 실명한 뒤 ‘윤혈녀(尹血女)’라는 이름을 얻었다.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교육·선교 활동을 이어갔고, 해방 후에는 전도사로서 지역사회에 헌신하다 6·25전쟁 중 인민군에 붙잡혀 순국했다. 작품은 이 비극적이면서도 찬란한 삶을 시대적 맥락 속에 촘촘히 담아냈다.

 

이번 무대에는 중견배우 민라헬(윤형숙 역)을 비롯해 석길훈, 이민숙, 양은송, 윤범호, 임동성 등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참여해 연기·마임·코러스가 조화를 이루며 강렬한 무대 앙상블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에 몰입하며 윤 열사의 불굴의 정신이 던지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의 대본을 맡은 강은빈 작가는 일제 강점기 대구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 고 양명복(梁明福 1921~1982) 선생의 외손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강 작가는 “선조들의 피와 정신을 예술로 계승하고 싶었다”며 “윤형숙 열사 이야기를 통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애국의 유산을 관객들과 나누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옥성 프로듀서도 “윤형숙 열사의 생은 고통을 넘어선 영적 울림이었다”고 말하며 “이 연극이 자유와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강기호 감독은 상징적 연극기법, 음악·연희적 장치를 활용해 윤 열사가 겪은 시대적 격랑과 내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한 개인의 저항이 어떻게 시대를 울리는 거대한 울림이 되었는지 관객이 온전히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임동성은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에 양심을 묻는 무대”라며 “윤형숙 열사의 정신이 관객들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역 공연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조명, 영상, 음향 등 무대기술진의 조율이 뛰어나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공연을 마무리하며 극단 파도소리는 “윤형숙 열사는 남도의 유관순이라 불릴 만큼 숭고한 애국정신의 상징”이라며 “연극 <윤혈녀>는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 희생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향후 이 작품이 대도시에서 다시 무대에 오르고, 윤형숙 열사를 비롯한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기념사업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립운동유적 보존과 향후 영화 제작 등 문화적 확장을 위한 공공의 지원 또한 절실한 과제로 지적된다.

 

이번 공연은 전라남도, 전라남도문화재단, 여수시, 여수시의회, 전남여수교육청 등 지역 사회의 후원 속에 이루어졌으며, 윤형숙열사기념사업회와 사)한국연극배우협회 전남지회, 극단 파도소리 제작진의 열정이 더해져 높은 수준의 창작극으로 완성됐다.

 

특히 이번 창작극이 남긴 깊은 울림을 바탕으로 내년 3·1절을 맞아 중앙무대와 광주 등지에서 축하 공연 형태로 재공연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무대가 성사된다면, 윤형숙 열사의 희생과 정신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의미 있는 예술적·역사적 장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