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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을 넘어 울리는 비트, 사라진 춤을 깨우다... 국립무형유산원 11월 22일 공연〈광대소고춤 BEATS of History>

2025년 11월 22일(토) 오후 4시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은 얼쑤마루 대공연장

 

시간을 넘어 울리는 비트, 사라진 춤을 깨우다... 국립무형유산원 11월 22일 공연 〈광대소고춤 BEATS of History>

 

오는 11월 22일(토) 오후 4시, 전주에 소재한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2025년 출사표 공모 당선작 <광대소고춤-Beats of History>를 선보인다.

 

출사표 사업은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실험을 지원하고, 예술인들이 전승·재창조의 새로운 방식들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출사표 무대에 오른 〈광대소고춤 BEATS of History〉는 잊혀진 춤의 복원을 무대 예술로 풀어낸 독창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영화음악과 전통음악을 넘나들며 작업해 온 성화정 연출이 이끈다. 성 연출은 “시간을 넘어 울리는 비트가 사라진 춤을 깨운다”는 기획 의도 아래, 전승이 끊긴 예인들의 춤을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들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연결을 시도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운드 디자인, 사전 촬영 영상과 라이브 퍼포먼스의 결합 등 영화적 문법을 무대 위로 끌어와 전통예술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방식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의 중심에는 문진수 소고춤 보유자가 지난 수년간 연구해 온 1925년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조선 기록 영상 속 ‘광대소고춤’ 분석과 복원 작업이 자리한다. 문진수는 2024년 광대소고춤 포럼 및 여러 학술·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소고춤의 기원과 형식이 실제로는 더 복합적이며, 베버 영상 속 장단·동작·몸통의 흔적을 현대 무대에서 다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2024년 8월 전남일보에 보도된 이윤선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베버의 1925년 영상에는 현대 소고춤과 다른 장단·동작 구조, 그리고 당대 광대들의 기예가 포함된 소고 타법과 리듬, 몸 전체를 이용한 역동적 움직임 등이 발견된다. 문진수 선생은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광대소고춤의 원형적 요소를 재해석하며, 단순 재현이 아닌 “이 시대의 몸과 감각으로 다시 살아나는 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성화정 연출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전승이 끊긴 춤을 단순히 박제된 ‘옛 춤’으로 두지 않고, 무형유산의 현재성과 창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극은 ‘기록의 서사’로 시작해 사라진 예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덧뵈기춤을 이어온 예인들의 몸짓, 베버 영상 속의 장면과 현재 무대에서의 실연이 서로 교차하며, 관객은 ‘전통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무대는 대규모 기술 장비 대신 공간성을 적극 활용한 조명·사운드·영상의 정교한 결합을 선택했다. 이는 예산의 한계를 영화적 연출 감각으로 보완하며, 오히려 작품의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움직임을 따라가는 미세한 빛의 변화, 배우의 동작에 반응하는 음향적 구조 등이 이러한 연출 방식을 뒷받침한다.


‘문진수 선생님의 광대소고춤 복원 및 재현의 포럼’에서 출발한 〈광대소고춤 BEATS of History〉는 춤의 원형적 에너지와 현대 무대예술의 가능성을 결합하여, 복원의 과정을 예술적 서사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통예술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적 무대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은 전통이 지닌 다층적 시간을 무대로 불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이 전통 계보를 다시 써 내려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