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국악창작교육』 출간… 전통을 넘어 미래 교육 담론을 열다
국악 교육의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국악은 전승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AI와 디지털 도구를 통해 창작과 탐구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출간된 『AI와 국악창작교육』(권혜근·정영선 공저, 커뮤니케이션북스)은 이러한 흐름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책으로, 국악 교육계에 던지는 파장은 적지 않다.
국악은 본래 몸과 귀로 감각을 체득하는 과정을 중시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 속에서의 학습은 전통의 방식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저자들은 이러한 간극을 기술의 단순한 도입이 아닌, 창의적 확장의 기회로 해석한다. 시김새를 시각화하여 패턴으로 이해하게 하고, AI 반주와 디지털 음원을 활용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프롬프트 기반의 가사 창작 실험까지 제시한다. 이는 전통의 감각적 학습과 기술 기반 학습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교육 모델로 주목된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이 국악 고유의 장단과 시김새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책은 “편의성과 완성도”보다 학습자가 왜 특정 AI 제안을 수용·수정·거부했는지를 평가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술이 전통을 잠식하지 않고 오히려 창작의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는 도구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첫째, 국악 AI 데이터 구축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현재 대부분의 AI 작곡 시스템이 서양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전통 장단과 음계, 시김새를 반영한 데이터셋이 없다면 국악의 디지털 창작은 언제든 왜곡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둘째, 국악 교육의 평등성 문제다. 책이 지적하듯이 기기와 데이터의 격차는 곧 창작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전환이 국악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창작 기회의 민주화를 이끌 것인지는 제도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
셋째, 교육자 역할의 재정립이다. AI가 작곡·반주·피드백을 대신하는 시대에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자의 비판적 판단과 창의적 선택을 이끄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AI와 국악창작교육』은 국악 교육계에 “AI 활용은 불가피하다”는 전제 위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기술 도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국악의 본질을 어떻게 지켜내고 확장할 것인가 하는 가치적 논의다.
국악 교육이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창의적 창작으로 확장하는 길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발생할 긴장과 논쟁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학계와 현장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통과 AI의 만남이 단순한 흥미거리를 넘어, 국악 교육의 미래 담론을 여는 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공동 저자인 권혜근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협동과정 음악교육전공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론과 실제가 접목된 음악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 도쿄예술대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예술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개정 교육과정 음악 교과서 집필을 비롯해 ‘전통음악 교육의 게이미피케이션 연구’(2023), ‘인간과 생성형 AI의 협업’(2024) 등 다수의 논문을 통해 전통과 현대 기술을 잇는 음악 교육 연구를 주도해왔다.
정영선은 부산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강사로, 국악 작곡 전공을 토대로 국악 교육과 창작 영역을 아우르는 현장 연구를 진행해왔다. 저서 《창의적이고 신박한 교실 국악 수업 가이드》(2025), 《단계별 시창과 청음》(2023) 등을 집필했으며, ‘국립국악원 국악 디지털 음원 활용 수업’, ‘생성형 인공지능과 음악 교육 융합’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악 교육의 실천적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번 책을 통해 국악과 교육, 그리고 인공지능의 접점을 탐색하고자 했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국악 창작 교육의 가능성과 실제 적용 방안을 중심으로 교육 현장에서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출간이 국악교육의 확장성과 미래 교육 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