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스치는 자리에서 되살아나는 넋의 기억, 더 무브 아트 컴퍼니 신작 ‘바람이 오려낸 흰 꿈’
더 무브 아트 컴퍼니가 오는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현대무용 퍼포먼스 〈바람이 오려낸 흰 꿈〉을 선보인다. 예술감독 겸 안무가 윤성은을 중심으로 김주헌·정진형 작곡가, 드라마트루기 임영욱 등 창작진이 참여한 이번 작품은 민속학자 고(故) 심우성 선생의 넋전(魂祭)에서 영감을 받아,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 남겨진 자의 감정을 움직임으로 치유하는 현대적 ‘넋의 춤’으로 확장했다. 한국 전통 의례가 지닌 정신성을 현대 무용극의 언어로 다시 열어 보이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경계의 자리를 깊이 있는 감성으로 탐구한다.
작품은 총 70분 동안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세 개의 흐름을 구성한다. 1부 ‘과거’에서는 한지가 흩날리는 장면 속에서 무용수의 그림자와 실루엣이 조명과 맞물려 흔들리며, 내면에 오래 남은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바람 소리, 종이 스치는 소리, 풀벌레 울음과 전자음이 교차하며 긴장과 여백이 공존하는 정서적 무대를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2부 ‘현재’에서는 각 무용수가 자신의 ‘넋 이야기’를 연극적 형식으로 풀어낸다. 넋전 인형, 살풀이 천, 만다라, 꽃, 방울 등 상징적 소품이 등장하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갑자기 몰아치는 움직임이 삶과 죽음, 그리움과 분노, 사랑과 상실의 격랑을 시각화한다.
마지막 3부 ‘미래’에서는 서로 다른 감정의 파편들이 하나로 모이며 공동체적 치유의 장면을 완성한다. 조명이 잦아들고 바람과 움직임이 고요로 스며들 때, 무대에는 상실을 지나온 자들이 맞이하는 회복의 여운만이 남는다.
이번 무대에는 김지민, 권아림, 정진형, 정효정, 천예림, Emiliano Castillo, 배우 조정근 등이 함께한다. 조명은 이재호, 의상과 소품은 더 무브가 직접 제작했으며, 서동진의 혁필 작업과 최원일의 사진이 공연의 미감과 메시지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더 무브 아트 컴퍼니는 춤·연극·미디어아트·오브제를 넘나드는 융합 퍼포먼스를 통해 ‘몸의 언어’가 세계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예술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는 단체다. 특히 인간의 감정과 사회 구조 속에서 신체 움직임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며 관객을 ‘관찰자’에서 ‘참여하는 존재’로 확장시키는 공연 경험을 지향해왔다.
최근에는 무용극 형식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과 상징적 움직임을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춤과 극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 무브는 또한 예술을 통한 회복과 공존, 인간 존엄의 회복을 핵심 가치로 삼아, 지역사회와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사회적 감수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자체 복합문화공간 ‘갤러리 윤성은’을 운영하며 다양한 예술인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바람이 오려낸 흰 꿈〉은 전통 의례의 정신과 현대무용의 미학을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의 슬픔과 기억, 감정의 순환을 관객과 함께 사유하는 공연이다. 바람처럼 스치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남겨진 감정의 자리, 그곳에 새롭게 피어오르는 치유의 가능성을 무대 위에 담아낸다.
공연 예매 및 문의는 010-4622-8156에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