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학자이자 천재시인. 서경 출신. 호는 남호(南湖)
맑은 영혼(靈魂)을 노래한 혁명가
정지상·鄭知常
임을 보내며 1
비 개인 강 언덕에
풀빛이 더욱 곱다
남포(南浦)로 임 보내는
걸핏하면 슬픈 노래
대동강(大同江)
마를 날 있으랴,
이별 눈물 보태는걸
임을 보내며 2
뜰 앞에 나뭇잎 하나 고요히 떨어지니
침상 아래 온갖 벌레 울음소리 더욱 슳다
그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아득히도 떠나는데
한 조각 내 마음은 푸른 산 다하는 곳
외로운 나의 꿈길, 밝은 달을 바라보네
남포에 봄 물결 푸르거든 온단 기약 지키소서
개성사의 절방
구절양장 굽이진 길 높은 산에 오르나니
허공 중에 있는 집은 그저 다만 두서너 칸
샘에선 찬물 떨어지고 푸른 이끼 아롱졌네
바위 머리 소나무는 조각달에 늙어 있고
하늘 끝 흰구름은 천 봉우리 나직하네
세상 일 이르지 못하니 은자(隱者) 홀로 한가하네
술에 취해서
복사꽃 붉게 지고
새들은 지저귀네
집을 두른 산허리엔
푸른 이내 자욱한데
오사모
멋대로 걸치고
취해 잠든 꽃밭이여
* 이내 : 안개
* 오사모 : 고려 말기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벼슬아치가 쓰던, 검은 깁으로 만든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