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향, 독일 소녀상 앞에서 평화의 춤을 추다
“그녀의 이름은 평화”… 기억과 연대의 예술이 다시 주목받다
한국의 전통무용가 장순향이 독일 소녀상 네 곳을 순회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억과 존엄,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즉흥 창작춤 공연을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6.27), 본(6.28), 카셀(6.29), 베를린(7.7)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그녀의 이름은 평화’라는 주제 아래, 각기 다른 무대와 주제로 진행되었고, 독일 시민들과 교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녀의 이름은 평화_아리랑’은 프랑크푸르트 소녀상 앞에서 아리랑 선율과 함께 펼쳐졌으며, ‘그녀의 이름은 평화_조선의 소녀’는 본 소녀상 앞에서 조선 여성의 존엄과 강인함을 표현했다.
‘그녀의 이름은 평화_나비’는 카셀 소녀상 앞에서 펼쳐졌으며, ‘그녀의 이름은 평화_천사의 시’는 마지막 공연지인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관객들과의 울림을 나눌 예정이다.
공연은 모두 현장 즉흥 창작으로 이루어졌으며, 언어 대신 몸으로 말하는 장순향의 춤은 현지 활동가들과 관람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소녀상 야간 철거 막아낸 학생들의 돌탑 앞에서 눈물이 났다”
특히 카셀대학교 학생회관 앞 소녀상은 학교 측의 야간 철거 시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돌을 쌓고 현수막을 설치하며 자리를 지켜낸 것으로 알려졌다. 장순향은 “그 돌탑 앞에서 춤을 추는데 눈물이 났다”며, “예술로 연대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독일 내 소녀상 활동을 이끌어온 코리아협의회와 연계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박으로 인해 독일 정부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활동가들이 해직되는 등 소녀상 지킴이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본의 외교 압박으로 야간 철거된 카셀 소녀상 자리, 학생들이 돌과 현수막으로 지키고 있다.
이제는 기억과 책임의 정치를 기대한다
시민사회는 새로운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다시 국격의 문제로 바라보며, 전 세계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한 외교적·문화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순향은 “정권이 바뀐 지금, 우리가 외면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위로와 책임의 예술이 다시 공론장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베를린 소녀상 앞 마지막 공연은 그 시작을 알리는 몸짓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순향 선생이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평화… 그 이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순향은 마지막 공연이 예정된 7월 7일 베를린 소녀상 앞 공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곳의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온 연대의 몸짓 하나하나에 큰 용기를 얻는다”며, “베를린에 지인이 있다면 함께 해달라”고 전했다.
본 여성박물관 소녀상 앞
이번 독일 소녀상 순회공연을 펼친 장순향 무용가는 기억과 역사를 몸으로 되새기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해온 인물이다. 그는 故 이애주 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이애주문화재단 시대창작 부문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오랜 기간 한국무용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창작작업과 인권·역사 현장 참여를 통해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이번 독일 순회 역시 그가 이어온 ‘춤을 통한 증언과 연대’의 여정이 유럽 현장에서 또 한 번 울림을 만든 뜻깊은 발걸음으로 남는다.
그녀의 순회공연은 예술적 퍼포먼스를 넘어, 국가의 침묵을 뚫고 역사의 진실을 지키려는 민간의 몸짓으로 기록되고 있다. 외면당한 기억을 끌어안고, 외로운 현장을 예술로 환히 밝히는 장순향의 춤은 오늘도 ‘그녀의 이름은 평화’임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예술은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