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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로 바꾸어 쓴 이숭인 한시

고려말 시인이자 대학자

 

 

청정(淸淨)한 세계를 동경한 자유(自由)의 시인

이숭인·李崇仁

 

 

송악산(松嶽山)에 올라

 

새벽에 산을 올라

하늘까지 갔다 오니

 

산(山) 가득 눈과 얼음

켜켜이 쌓였건만

 

소년(少年)의

힘찬 다리로

한순간에 올랐네 

 

 

가는 길 어렵네

 

가는 길 어렵구나, 가는 길이 어려워라

나 한번 외치나니 그대 한번 들어보소

길 온통 가시밭이고 승냥이 범 나타나네

 

온갖 걱정 가슴 태워 창자마저 녹아날 듯

한밤중 닭소리에 춤을 금치 못하겠네

내일은 아침 문 나서면 나의 갈 길 있을까 

 

물은 능히 배를 엎고, 산은 수레 꺾는다지

그대 보지 못했는가, 장안(長安) 거리 부귀아(富貴兒)들

평생에 단 한 권 책도 읽지 않는다는 걸

 

 

강호문에게

 

눈이 녹은 매계(梅溪) 계곡

물은 의당 맑을 테고

 

대[竹] 집엔 향기 엉겨

그 기운이 성(盛)하겠죠

 

홀연히

떠나간 그대

벼슬 생각 묽겠구려

 

 

염흥방에게

 

시골살이 궁색하다 그 누가 말했던가

참으로 내 성정(性情)에 이렇게도 어울리는데

이 몸은 구름 따라 한가하고 산 좋으니 눈 더 밝네

 

지은 시는 읊어 보고 미진한 곳 고쳐 쓰며

입에 달게 밥 먹은 뒤 찻잔 향을 기울이네

전부터 이 맛 알았거늘 공명(功名) 다신 안 꾀하리

 

 

신효사 담(湛) 스님의 방에

 

쑥대풀 흰 장삼에

망형(忘形)의 경지로세

 

도(道)를 깨친 연후에는

불경(佛經)도 외지 않네

 

선탑(禪榻)에

꽃잎 지는 봄날

다호(茶壺)에선 빗소리

 

* 망형(忘形) : 육신의 존재 자체를 잊는 것으로 득도한 경지에 이름

* 선탑(禪榻) : 참선(參禪)을 할 때에 앉는 의자

* 다호(茶壺) : 차(茶)를 담아 두는 단지 모양의 그릇

 

 

밀양의 박장원에게

 

검은 머리 고향 떠나

흰머리로 돌아오니

 

그 사이 세상 연고(緣故)

꿈인가 하더이다

 

저 찾아

어디로 오실까요

승창(僧窓)인가 낚시턴가

 

 

산옹(散翁)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공무(公務)에 틈을 내어

그대를 찾았는데

 

긴긴 날 사립문만

저 홀로 열려 있네

 

승방(僧房)에

불법(佛法)을 묻는가

술잔 물고 취하셨나 

 

 

스님이 사는 암자에

 

산 북쪽 산 남쪽이

오솔길로 나뉘었고

 

송홧가루 비 머금어

어지러이 떨어지네

 

도인(道人)이

물을 길어가자

푸른 연기 물들이네

 

 

- 2018. 12. 27(목) 12:11· 소향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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