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자류 장구춤의 명맥을 잇다: 서영님 대표가 전하는 이야기
서영님 님무용예술원 대표는 한국 전통춤의 역사와 맥을 잇는 데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그녀는 조용자류 장구춤을 복원하고 대중화하는 데 힘을 쏟으며, 은방초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 예술가들의 유산을 현재로 이어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악타임즈는 서영님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걸어온 길과 조용자류 장구춤의 복원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은방초 선생님과 조용자 선생님, 그리고 전통의 맥
서영님 대표는 다섯 살 무렵부터 은방초 선생님에게 춤을 배우며 무용의 길을 걸어왔다. “은방초 선생님은 내 무용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며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은방초 선생님은 조용자 무용단의 춤을 본 뒤 무용가의 길을 결심했고, 조용자와 같이 활동했던 정인방 선생님께 춤을 사사받으며 장구춤은 서영님 대표에게까지 이어지는 춤의 맥을 형성하게 되었다.
다섯살 무렵의 서영님 대표
서영님 대표는 자신의 장구춤이 조용자 선생님의 춤과 닮아 있다는 무용계 지인들의 증언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많은 분들이 내 춤이 조용자 선생님의 장구춤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증언에 힘입어 조용자 선생님의 역사를 찾기 시작했고, 정인방, 은방초, 이매방을 거쳐 나의 장구춤이 조용자 선생님께까지 이르렀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춤의 뿌리가 조용자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자 선생님의 장구춤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과거의 뿌리를 바로 알게 되면서 지금 내가 추는 장구춤에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무대에 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영님 이사장의 노력은 단순한 춤의 복원을 넘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조용자의 생애와 예술활동
조용자는 한국 전통춤과 신무용의 발전에 있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무용가로, 20세기 중반 한국 춤계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뛰어난 신체 조건(170cm의 키)과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전통 춤을 무대화해 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조용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격동의 시대를 살며 춤의 무대화와 예술적 지향성을 발전시켰으며 춤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표현하며 한국 춤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특히, 1941년 조택원의 <부여회상곡>에서 공연하며 무용가로서의 위상을 높였고, 1946년 조선무용예술협회 창립기념 공연에서 활동하며 한국 춤의 무대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 전통춤이 예술적 춤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러나 1962년 국립무용단 창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끝으로 1963년, 조용자는 일본으로 이주하며 한국 춤계에서의 활동이 단절되었다.
이로 인해 그녀의 예술적 업적과 생애에 대한 기록은 희소해졌으며, 한국 춤계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점차 잊혀갔다. 그러나 그녀의 춤은 후학과 동시대 무용가들 사이에서 영향을 남겼으며, 특히 장구춤의 여성성과 예술적 우아함을 강조한 그녀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여전히 기억되고 있었다.
즉흥성과 예술성의 조화, 조용자류 장구춤의 가치
조용자류 장구춤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서영님 대표는 “한국춤은 도제제도와 같은 전수방식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지만, 동시에 즉흥성이 중요한 특징이다. 조용자 선생님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예술적으로 조화시킨 대표적인 무용가”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용자 선생님의 장구춤이 가진 미학적 특징에 대해 “서구적인 우아미와 균형미를 동반한 대범한 동작은 전통춤과 신무용의 융합을 보여준다”며 “조용자 선생님은 한국춤의 무대화라는 혁신적 변화를 동시대에 체득하고 발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조용자류 장구춤은 일반적인 농악의 설장구와는 다른 독창적인 구성을 자랑한다. 장구를 메는 방식부터 시작해 춤사위와 동작의 구조적 차별성이 돋보인다. 장구를 어깨 너머로 메지 않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로 연결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장구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장구춤의 여성성을 강조하며 기존의 남성적이고 투박한 설장구와 차별화된 섬세함과 우아함을 표현했다.
또한, 조용자류 장구춤은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특징으로, 춤의 매 순간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을 자아내고 이는 조용자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신체적 탁월성, 그리고 전통적 춤의 미학적 깊이가 결합된 결과이다.
조용자류 장구춤, 예술적 복원의 노력
2021년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사업은 조용자류 장구춤을 현대에 부활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서영님 대표는 복원 과정에서 조용자 선생님의 예술세계를 연구하며 춤의 미학적 본질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조용자 선생님의 장구춤의 정통성과 창조성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복원 과정에는 조용자의 생애사 연구, 미학적 분석, 춤사위의 체계적 복원이 포함되었으며, 이를 통해 조용자류 장구춤의 예술적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서영님 대표는 지난 12월 4일 국가유산진흥원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 '한국예인열전: 실록 전승편' 공연에서 조용자류 장고춤을 선보였다. 경기민요 '한강수타령'에 맞춰 장구를 비스듬히 어깨에 메고 특유의 흥과 멋을 자아내는 장고춤으로 기존의 장고춤에서 볼수 없었던 우아함과 정교한 무대를 선보였다.
서영님 대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무료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공연에는 강좌에 참여하던 외국인 수강생들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 앉은 외국인 관객들은 우아하고 담백한 춤사위에 점차 매료되었고, 공연 중간중간 호응하며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서영님 대표는 로비에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감동의 순간을 나누었다. “공연 후 많은 관객들이 다가와 손을 잡고 공연이 너무 좋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관객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춤의 가치를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전통 한국 춤을 처음 접한 외국인 관객들조차 공연의 우아한 춤사위와 흥겨운 장단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예인열전: 실록 전승편 공연을 끝내고 외국인 제자들과 함께
전통춤의 미래를 위해 젊은 무용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은방초춤 보존회를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서영님 이사장은 “춤의 원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춤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전통은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지만, 변화와 창조를 담보해야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며 젊은 무용수들에게 전통과 창작의 조화를 추구할 것을 당부했다.
서영님 이사장은 앞으로도 조용자류 장구춤과 은방초 선생님의 회상(살풀이), 이숙향류 구고무 등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 전통춤을 복원하고 대중화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그녀는 “전통춤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전수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조용자류 장구춤의 복원을 통해 한국 춤의 명맥을 이어가는 서영님 이사장의 노력은 앞으로도 한국춤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