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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상초들녘의 국악 바람

 

무상초들녘의 국악 바람

 

나는 타고난 음치에 박자치이기에  음악이 좋다  나쁘다만 느낄 뿐  음의 길고 짧음, 높고 낮음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저 내 고향 진도(珍島) 전통문화 보고(寶庫)에서 어릴 적부터 몸에 익힌 음악의 느낌이 전부입니다.  이 느낌을 사랑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 느낌이 국악이라 믿으며 국악의 정통성이 계승·발전·보급되어 온 세상 사람들의 생활 속에 뿌리 내렸으면 하고 소원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국악만  좋고, 현대음악이나 월드음악, 국악퓨전 음악이 나쁜 음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재즈는 누구나 들어도 어떤 악기로 연주해도 재즈라 이해합니다. 재즈와 혼합된 음악을 재즈라 하지 않으며 현대 재즈라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국악은 전통국악이라 표현하고 국악퓨전음악도 국악이요, 그 뿌리도 알 수 없는 음악에 국악기 하나만 섞여 연주 되어도 국악이라 합니다.

 

우리는 태교 때부터 서양음악을 들으며 태어났습니다. 국악고등학교 작곡, 지휘, 전공자 선발 실기고사도 피아노로 실시되는 현실입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국악과 현대음악의 구별이 모호한 지금, 현재 접하는 국악이 이대로 인식되어 정착된다면, 이미 다 사라지고 5바탕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판소리까지도 훗날에는 도서관 자료실에서 찾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악의 정의를 한마디 말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지만 국악은 국악입니다. 베토벤 교향곡이 수백 년 동안  좋은 음악이고 지금도 서양 고전음악을 classic이라 하며 환호하듯이 좋은 음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형태와 음계가 국악과 비슷한 음악이 행복하다고 다 국악이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느끼고 사랑하고 믿는 국악이 좋은 음악으로 생명력을 갖고 계승·발전되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수제천, 흥부가, 시나위 같은 국악이  쉽고 익숙하게 들린다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며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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