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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예술제] 국립국악고등학교 70년의 숨결, 예술의 꽃으로 피어나다

국립국악고등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제54회 목멱예술제 ‘시공의 여정’, 첫날 공연 성료

 

“70년의 숨결, 예술의 꽃으로 피어나다”

 

국립국악고등학교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제54회 목멱예술제가 2025년 5월 21일(수) 저녁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올해 예술제는 ‘시공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3일간 펼쳐지며, 첫날은 ‘우리 가락’이라는 부제로 다양한 국악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무대는 2·3학년 학생들이 연주한 관악합주 ‘수제천’으로 장엄하게 시작됐다. 고요하면서도 숭고한 선율은 예술제의 시작을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진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활쏘는 대목은 3학년 조영종 학생의 독창으로 펼쳐졌는데, 자진모리장단의 빠른 흐름 속에서 조자룡의 용맹함을 생생히 전하며 성인 명창에 견줄 만한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판소리 마당 중에서도 특히 어렵다고 평가받는 ‘적벽가’를 능숙하게 소화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3학년 조영종 학생

 

현악합주 ‘춘야희우’는 안지수 작곡가의 창작곡으로 ‘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라는 뜻을 지닌다. 2학년 가야금 · 거문고 전공 학생들이 연주한 이 곡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정의 결을 그려내며, 마치 봄비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적시는 평온한 울림을 전달했다. 한국 현악기의 창작 가능성과 감성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3학년 학생들이 선보인 서용석류 대금산조는 시김새의 화려함과 극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자유로운 장단 변화 속에서 농익은 선율을 자유롭게 풀어내며 대금의 진면목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1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평조회상 중 ‘염불도드리’와 ‘타령’은 어린 학생들의 패기와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아직 어리지만 국악에 대한 자신감과 집중력이 무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민요과의 ‘경기선소리 산타령’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민요를 화려한 의상과 소고를 활용한 무용과 함께 선보이며 한층 생동감 있고 흥겨운 무대로 마무리되었다.

 

경기선소리 산타령을 하는 민요과 학생들

 

대취타는 학교의 깃발을 중앙에 내세운 진군악 형식으로, 국립국악고등학교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임금의 행차나 군례악에서 울려 퍼지던 장중한 선율이 이날 무대를 더욱 장엄하게 만들었다.

 

2부 무대의 피리협주곡 ‘자진한잎’은 고 이상규 작곡가의 작품으로 느림의 미학 속에서 피리의 음률과 정취를 깊이 있게 펼쳐냈다. 3학년 피리과 엄유찬 학생과 기악과 학생들의 협연은 각 파트의 가락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가르듯 생동감 있게 전개되었다.

 

마지막 무대는 김성국 작곡가의 국악 관현악곡 ‘영원한 왕국’. 고구려 강서대묘의 벽화 사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주제로 하여, 그 속에 담긴 민족의 기상과 유려한 선, 신비한 색채감을 국악으로 풀어낸 웅장한 작품이다. 전통 국악기의 소리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이 곡은 시공을 넘나드는 서사와 함께 한국인의 정서를 폭넓게 담아내며, 국악의 세계화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영원한 왕국을 연주하는 지휘의 백승진 교사와 학생들

 

한강 작가의 말,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듯, 고구려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음악은 우리 전통이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산임을 증명했다. 국립국악고등학교는 이제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세계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출발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번 예술제의 사회를 맡은 학생들은 각 프로그램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고, 준비 과정의 에피소드를 나누며 공연에 생동감을 더했다. 공연 중간에는 영상 창작을 맡은 영상창작반(C.G.V)학생들이 만든 영상이 상영되어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에는 역대 교장인 윤미용, 김성배 선생님과 안희봉 전 전남대 학장,  모정미 현 국립국악고등학교 교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목멱예술제는 5월 22일 ‘우리 가락’ 둘째 날, 5월 23일에는 ‘우리 춤’이라는 주제로 전통무용 중심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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