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예술공동체 <사람사랑> 대표 한홍수 발표회 “고마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 김청만 / 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아쟁명인 김영길 / 전주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 & 남도국악제 판소리 일반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장보영 /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북놀이 전수교육조교 박동천 / 풍물굿패 이음새 대표 박영칠 / 해우리 예술단 예술감독 피운아 /목포시 택견 본부 전수관장 무연/ 진도실업고등학교 교사 공미경 /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 소포걸군농악 이수자 김영숙 / 2005년 1000만 관객 영화 <왕의 남자> 출연 배우지도 및 직접 출연 • 2011년 KBS 국악대상 연주상 수상 • 2014년 미국 공영라디오 NPR 선정 세계 10대 음악적 발견 선정 • 전 세계 65개국 220여 개 도시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 및 극장 무대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Love call) • 우리 전통음악 한국 최고 타악 예술단 ‘노름마치’ 예술감독 김주홍, 단장 이호원, 단원 안태림 / 출연자 이름만 보아도 한 번에 모이기 힘든 대단한 공연이며,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한국 최고의 대극장에서 열린 특 A급 국악 공연인 것 같다.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발이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는 장애인 국악인 한홍수 개인 발표회 <고마움>,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5층 100여명의 관객이 들어서면 발 딛을 틈도 없는 작은 극장 이음아트홀에서 열렸지만, 각 분야의 최고들이 소리하고, 춤추고, 연주하고, 반주하며 마음으로 함께 한 어마어마한 공연이었다. 한홍수의 값진 삶과 잘 살아온 시간을 알 수 있었으며, 바르고 올곧으며 보람되게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장이었다.
이 땅 최고 소리북 고수 김청만의 북 장단 위에서 노닐며 넘는 시김새의 아름다움이 울려 퍼지는 한홍수의 대금소리는 대금산조 창시자 박종기 소리를 이은 서용석류 대금산조 소리의 선이 굵고 힘 있는 청아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어 숨소리마저 조심해야 하는 심취의 멋에 빠져들게 하였다.
머리에 꽃 장식 흰 띠를 두른 무명 바지저고리의 전통 풍물패 모습의 남무 셋과 여무 둘, 다섯의 춤꾼이 북을 장구처럼 어깨에 비스듬하게 메고 양손에는 북채를 들고 마치 장구 치듯이 신명나게 두들기며 무대 위에서 논다.
“쿵딱 쿵딱” 빠르고 경쾌한 북의 두들김 따라 양발을 북통에 닿을 듯이 높이 치켜들며 덩실덩실 뛰고 돌다 디딤 발을 내딛는다. 양손 북채 끝에 매달린 오색 단이 하늘 높이 치켜 오르며 춤추는 손을 따라 그려내는 살랑거림은 두 눈을 현혹시키며 뭔가 들뜨게 한다. 양팔 벌려 넘실넘실 춤을 추다 팔을 내리면서 “쿵쿵” 북면을 두들기다, 뱅글 돌며 “따닥” 북통을 두들기고, 실룩샐룩 들어대는 엉덩이는 가슴마저 설레게 했다. 장단 따라 우아한 커다란 손놀림으로 하늘을 휘저어 수를 놓다, 정중동의 움직임으로 관객의 숨을 멈추게 했다.
장석천류, 박관용류와 함께 전승되는 진도 북 놀이의 세 유파 중 가장 신명나는 양태옥류 북 놀이로 한홍수, 김주홍, 이호원, 안태림, 김영숙이 반주하고 박동천, 박영칠, 피운아, 무연, 공미경이 춤을 추었다. 춤추는 내내 다섯 춤꾼의 환한 웃음 띤 행복 가득한 얼굴이 지금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장보영에게 틈틈이 지도받아 관객에게 들려준 한홍수의 판소리 단가 “人- 서로기대어서다”는 소리꾼으로 평가보다는, 어린 시절 운동회 때 달려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며, 그냥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 성공한 삶이고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홍수가 세상에 하고픈 이야기를 은유(隱喩)적으로 토해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서로 의지하며 기대어 살아가는 하나라는 것을 전해주었다.
깨끗하며 해맑은 웃음의 정기가 관객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따라 살며시 내려와 오른손에 활대를 잡고 비비며 왼손으로 아쟁 줄 농현 노님에 혼을 심는 김영길을 포옹한다. 포옹의 따뜻함이 애잔하게 우는 백인영류 풍류아쟁소리에 빨려들며 나를 몽환의 세계로 불러들였다.
노란 배추꽃 위에서 살랑거리는 흰나비의 날개 짓처럼 부담 없이 편안하게 밀려드는 한홍수의 장구가락이 아쟁이 토해내는 신비로운 소리를 넘나들며 감흥을 더하니 아련한 과거 속 알 수 없는 아픔까지도 찾아내야 할 것 같이 가슴 저미게 파고들며 아쟁산조의 맛을 깨우쳐주었다.
장보영의 판소리 수궁가 토끼화상 대목은 뱃속에서 우러나와 웅장하면서도 거대한 굵은 동편제 소리의 정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온몸이 깨끗해지는 시원함을 체험할 수 있었다. “얼씨구, 좋다, 잘한다.” 추임새가 절로 튀어 나왔고 열기 속에 터지는 박수 소리는 너무나 뜨거웠다. 누가 들어도 ‘아~ 판소리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다. 소리꾼 하나에 고수 한홍수 밖에 없는 넓은 무대가 허전하거나 썰렁하지 않고, 즐겁고 기쁜 포만감으로 꽉 차 기분이 상승하는 무대였다.
김주홍 장구, 안태림 북, 박동천 징, 이호원 괭과리 반주자, 중앙에 자리 잡은 한홍수의 태평소가 무대를 장악하고 우렁차게 소리를 토해냈다. 태평소는 음량이 크기 때문에 야외에서 펼쳐지는 종묘제례악이나 대취타에 주로 편성되고 농악놀이에서 흥을 돋우는 유일한 선율악기이지만, 사물놀이가 발전하면서 실내에서도 타악기들과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어낸다.
한홍수가 고마움을 마무리 짓는 악기로 실외 행사의 주변 악기인 태평소로 실내에서 타악기들을 리드하며 마음껏 재주껏 펼쳐 들려준 태평소 시나위였다. 우렁찬 소리만큼, 살아온 세월의 깊이를 떠나서 삶의 바른 길을 인도하고 가르쳐주신 분들과 함께 하는 고마움의 의미를 알리는데 적절했다. 한홍수의 ‘감사하는 마음’이 뜨겁게 전달되었다.
이렇게 우리 전통 민속 타악기 쇠, 장구, 북, 관악기 대금, 태평소를 모두 잘하면서도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진도군립민속 예술단에서도, 연주자로도, 국악인으로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의문을 갖게 하는 한홍수의 작품 발표회 “고마움 ”, 즐겁고 행복한 시간의 공연이었지만 한홍수의 아픔이 함께 한 가슴 저미는 공연이었다.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면서도 따뜻함이 담겨 있었고, 애틋한 서러움과 고통스런 한을 풀어내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로 가득 채운 최고의 아름다움이 펼쳐진 ‘한마음’ 연출을 맡은 창작집단 싸목싸목 최용석 대표, 풍성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로 출연자와 관객 모두에게 행복이란 포만감으로 가득 채워준 사회자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김광훈 교수, “고마움”을 위해 수고하신 관계자 모두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