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메이어 교수(좌),고미네 가즈아키 교수(우)
삼척 안정사, 땅설법과 세계 불교 설법문화 조명하는 국제행사 개최
불교 교리를 대중과 함께 나누는 한국 고유의 무형문화유산 ‘땅설법’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조명된다. 한국땅설법학회(회장 김용덕, 한양대 명예교수)는 오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강원도 삼척 안정사에서 ‘땅설법’ 강설과 국제학술대회를 연이어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땅설법’의 역사적ㆍ문화적 가치를 되새기고, 아시아 불교권에서 유사하게 전승된 설법 형식들과의 비교를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하고자 마련됐다.
‘만석중득도기’로 문 여는 땅설법… 정통 불교 그림자극 선보여
5월 4일(일) 밤 8시에는 정통 불교 그림자극인 땅설법 <만석중득도기(曼碩衆得道記)>가 펼쳐진다. 이는 서사적 요소를 갖춘 유일한 불교 그림자극으로, 한국 전통 인형극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이튿날인 5월 5일(월)에는 오전 법회에 이어 <수달기정사품(守達祇精舍品)> 강설이 진행된다. 동일한 『현우경』 내용을 다루면서도 대중적 흥미에 중점을 둔 ‘항마변문’과 달리, 교리 중심의 ‘땅설법 수달기정사품’은 중생과의 소통을 위한 대기설법의 전통을 온전히 보여줄 예정이다.
‘세계의 속강과 땅설법’… 국제석학과 함께하는 제2회 국제학술대회
5월 5일 오후 1시부터는 제2회 국제학술대회 ‘세계의 속강과 땅설법’이 진행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땅설법의 국제적 비교와 학술적 확장을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빅터 메이어(Victor H. Mair) 교수와 일본 릿쿄대학의 고미네 가즈아키(小峯和明) 명예교수가 초청되어 발표를 진행한다.
빅터 메이어 교수는 인도에서 유라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그림과 함께하는 이야기의 역사’를 다루며, 고미네 교수는 일본의 ‘에토키’와 ‘감로도’를 중심으로 한 일본 불교 도상과의 비교 발표를 선보인다.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 전홍철(우석대), 전영숙(연세대), 조성금(한예종), 구미래(불교민속연구소) 등 국내 연구자들이 각각 고대 인도ㆍ중앙아시아의 시각적 강창 연행, 땅설법 법구의 역사성과 개방성, 자타카에서 심청전으로 이어지는 설법 유전 가능성, <수달기정사품>의 교리적 정합성 등을 주제로 발표한다.
유일무이한 전승… 한국의 땅설법,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
‘땅설법’은 불교 교리를 ‘강(講)ㆍ창(唱)ㆍ연(演)’의 종합예술 형태로 펼치는 한국 불교만의 독특한 설법 방식이다. 이는 과거 중국의 ‘속강(俗講)’과 유사하나 현재는 티베트의 ‘불교 연극’이나 일본의 ‘에토키’ 정도만 일부 전승되고 있어, 강창연의 형식을 온전히 간직한 한국의 땅설법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김용덕 회장은 “한국 땅설법은 단지 전통 설법 형식을 넘어서 세계 불교 문화사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며 “학문적 논의와 현장 강설이 함께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땅설법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