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바꾸어 쓴
관서별곡(關西別曲)
- 원작 : 기봉(岐峰) 백광홍(白光弘)
관서 땅 명승지에 왕명(王命)으로 보내시매
행장을 다스리니 칼 하나뿐이로다
모화관 고개를 넘자니 가려는 맘 바쁘네
벽제에서 말 갈아타 임진 나루 배를 건너
천수원에 돌아드니 송경(松京)은 옛 땅일세
만월대 보기도 싫다, 황강에는 가시덤불
산(山) 해가 뉘엿뉘엿, 말채찍을 다시 잡네
구현을 넘어드니 생양관 기슭인데
봄빛에 버들마저도 윤기 나서 더 푸르네
감송정 돌아들어 대동강을 바라보니
십리 물결 펼쳐지니 물결마다 빛이구나
만 겹의 안개 낀 버들이 아래 위로 어리었네
춘풍이 불어와서 그림배를 빗겨 보니
녹의에 홍상 입고 뱃전에 빗겨 앉아
가녀린 곱디고운 손이 녹기금을 연주하네
하얀 이 붉은 입술 ‘채련곡’을 부르는데
태을(太乙) 진인(眞人) 연잎 배로 옥하수에 내리는 듯
나라 일 바쁘다 한들 이 정경(情景)을 어이하리
연광정 돌아들어 부벽루에 올라가니
능라도 고운 풀과 금수산 안개꽃은
봄빛을 자랑하는구나, 흥에 겨워 하는구나
평양 땅 태평 문물 어제인 듯 반가운데
풍월루 꿈을 깨어 칠성문에 돌아드니
작은 말 홍의(紅衣)를 태우니, 나그네 흥 어떠한가
누대(樓臺)도 아주 많고 산수(山水)도 많지마는
백상루에 올라 앉아 청천강을 바라보니
삼차의 수려한 형세 그 장함이 가이 없네
결승정 내려와서 철옹성 돌아드니
구름 닿는 성가퀴는 백 리에 벌려 있네
온 나라 웅장한 이 경관, 팔도에서 으뜸일세
이원(梨園)에 꽃이 피고 진달래가 못 다 진 때
영중(營中)이 일 없거늘 산수(山水)를 아니 보랴
약산에 술 싣고 오르니, 하늘 구름 끝이 없네
백두산 내린 물이 향로봉을 감아 돌아
천 리를 빗겨 흘러 대(臺) 앞으로 지나가니
섯돌며 굽이친 늙은 용(龍), 해문(海門)으로 드는 듯
절경 모습 끝없으니 풍광인들 아니 보랴
맵씨 있는 아가씨와 어여쁜 여인들이
구름빛 비단 단장을 하고 양옆으로 늘어앉네
거문고 가야금과 생황에 피리 불며
화답하는 그 모습에 주목왕이 생각나네
요대(瑤臺)서 서왕모를 만나 ‘백운곡’을 부르는 듯
서산에 해가 지고 동령(東嶺)에 달이 뜨니
곱고 예쁜 아가씨들 반쯤 교태 머금었네
낙포의 선녀가 내려와 초패왕을 놀래키네
이 광경도 좋다마는 근심인들 잊을쏘냐
빛나는 옥절(玉節)들과 펄럭이는 용기(龍旗)들은
긴 하늘 빗겨 지나며 푸른 산을 떨쳐간다
도남을 넘어 들어 배고개에 올라앉아
설한령 뒤에 두고 장백산을 굽어보니
겹겹 뫼 첩첩 관문은 갈수록에 험하구나
팔만의 비휴들은 길을 열며 앞서 가고
삼천의 철기들은 뒤를 감싸 치달으니
오랑캐 온 마을들이 풍문 듣고 투항했네
장강(長江)이 천참(天塹)이라도 지리(地理)로 혼자 하여
군사와 말 굳세단들 인화(人和) 없이 할 수 있나
호시절 일이 없음도 성인(聖人) 감화 아니런가
소화(韶華)도 쉬이 가고 산수도 한가할 때
아니 놀고 어이 하리, 풍류인들 없을쏜가
수항정(受降亭) 배를 곱게 꾸며 압록강을 내리젓네
강가에 벌인 진(鎭)은 창기를 편 듯하고
오랑캐 푸른 땅을 역력히 지내보니
황성(皇城)은 언제 쌓았으며 황제묘는 뉘 묻혔나
비파곶(琵琶串) 내리저어 파저강(波渚江)을 건너가니
높다란 층암절벽 보기에도 참 좋구나
옛 생각 회포가 이는구나, 잔을 다시 부어라
구룡소에 배를 매고 통군정에 올라가니
대황(臺隍)은 장려하여 이하(夷夏) 사이 베고 있네
제향(帝鄕)은 그 어디인가, 봉황성(鳳凰城)이 가깝구나
서쪽 갈 이 있다 하면 좋은 소식 보내리라
천 잔 술에 크게 취해 소매 떨쳐 춤을 추니
저물녘 차가운 날씨에 피리소리 퍼져간다
하늘 높고 땅 아득해, 흥(興)이 식자 슬픔 오네
이 땅은 어디인가, 부모 생각 나그네 눈물
세월이 절로 흐름을 경물(景物) 취해 몰랐구나
서쪽 변방 모두 보고 깃발 돌려 돌아오니
대장부의 깊은 흉금 조금은 나으리라
화포주 천년학이라 한들 나 같은 이 보았는가
빼어난 이 경치를 어느 때나 기록하여
온 세상에 알리리라, 저 하늘에 사뢰리라
머잖아 위로 하늘 문(門)에 세세하게 아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