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새겨 읽는 고사성어(故事成語)
오월동주(吳越同舟)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오래된 원수지간(怨讐之間)
그러나 한 배 타고
거센 풍랑 만났다면
제 목숨
아까운 탓으로
서로 돕게 된다지
* 출전은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篇),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에 타고 있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위험에 처하면 서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 또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이 한자리에 있어 어색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함.
중국 春秋(춘추)시대 齊(제)나라의 유명한 책략가인 孫子(손자, 손무의 경칭)의 兵法(병법) 九地篇(구지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兵士(병사)를 쓰는 九地(구지 : 아홉 개의 땅) 중, 마지막이 死地(사지)로 나가 싸우면 살 길이 있고, 그렇지 않고 겁이나 먹고 웅크리고 있으면 반드시 멸망하고 마는 그런 땅이다. 사지는 적과 싸워 이기지 못하는 한 후퇴도 방어도 불가능한 막다른 골목을 말한다. 韓信(한신) 장군의 背水陣(배수진)도 바로 이 사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必死則生(필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일치된 戰意(전의)다. 합심하여 난국을 돌파하면, 活路(활로)는 뚫리게 되어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長蛇陣(장사진)이다.
‘率然(솔연)’이라는 뱀은 會稽(회계)의 常山(상산)에 산다. 거대한 뱀인데 이놈은 머리를 치면 꼬리로, 꼬리를 치면 머리로 공격해 온다. 또 허리를 치면 이번에는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 이처럼 병졸도 솔연의 머리와 꼬리처럼 합심하여 싸우면 못 당할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품자 그가 말하기를,
“대저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협력하듯이 한다.
<原文> “夫吳人與越人相惡也(부오인여월인상오야) 當其同舟而濟遇風(당기동주이제우풍) 其相救也加左右手(기상구야가좌우수)”
사실 吳(오)나라와 越(월)나라는 臥薪嘗膽(와신상담)의 이야기에 나와 있듯이 원수지간이었고, 사이가 극히 좋지 못했다. 吳(오)의 闔閭(합려)와 越(월)의 允常(윤상)이 서로 원한이 있었고, 윤상이 죽자 그의 아들 句踐(구천)이 오나라를 침략하여 합려를 죽이고, 나중에는 합려의 아들 夫差(부차)에게 구천이 회계산에서 항복하여, 서로 물리고 무는 관계로 오나라와 월나라는 犬猿之間(견원지간)이 되었다. 하지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데, 갑자기 태풍이 휘몰아칠 때에도 평상시의 앙심만 새기고 싸우기만 한다면 배는 뒤집어지고 말 것이며, 그렇게 되면 둘 다 물에 빠져죽고 만다. 결국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합심 단결하여 태풍과 맞서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 ‘吳越同舟(오월동주)’이다.
그런데 勇氣(용기) 있는 사람과 怯(겁)이 많은 사람, 그 밖의 가지각색의 兵士(병사)들을 일치 협력해서 싸우게 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의한다. 대개 이런 내용인데, 여기에 단순히‘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만남’ 즉 ‘원수가 서로 만남’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 孫子(손자, 책명) : 중국 고대 군사학의 名著(명저)이며, 현존하는 중국 最古(최고)의 兵書(병서)이다. 孫子兵法(손자병법)· 吳孫子兵法(오손자병법)· 孫武兵法(손무병법) 등으로도 불린다. 춘추시대 말 孫武(손무)가 지었다.
※ 孫子(손자, 인명) : 중국 고대의 兵法家(병법가). 孫武(손무) 또는 그의 후예 孫臏(손빈)에 대한 경칭이다. 손무는 춘추시대 齊(제)나라 사람으로, 자는 長卿(장경)이다. 병법 13편을 吳王(오왕) 闔閭(합려)에게 보이고 그의 장군이 되었으며, 병사를 이끌고 楚(초)나라를 무찔렀다. 군대를 중시했으며,“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지피지기백전불태)].”고 주장했다. 또한 전략전술을 활발하게 운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의 저서 손자병법은 중국 최초의 兵書(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