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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서은영 해금 독주회, ‘모던산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모던산조, 전통을 넘어 새로운 해석으로
새로운 창작의 방향, 그리고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
해금,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악기
전통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꿈꾸며

 

서은영 해금 독주회, ‘모던산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지난 3월 13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제22회 서은영 해금 독주회’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혁신적인 시도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은 ‘모던산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통 해금산조를 기반으로 현대적 작곡기법과 해석을 결합하여 미래 전통음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장이 되었다.

 

모던산조, 전통을 넘어 새로운 해석으로

 

‘모던산조’는 단순한 창작곡이 아니라, 기존의 전통산조가 현대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23년 모던산조 공연에서는 현재 연주되는 네 가지 해금산조—한범수류, 지영희류, 서용석류, 김영재류—가 네 명의 작곡가에 의해 현대적 어법으로 재해석되었고 이번 독주회에서는 그 확장된 작업으로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주제로 삼고, ‘The Way To Go’라는 부제를 붙여 새로운 창작 영역을 개척했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는 경기도 음악을 바탕으로 하며, 남도 산조의 농현과 음정과는 다른 특징을 갖는다. 폭이 좁은 농현과 명확한 음정, 그리고 리듬의 변화에 따른 밝고 경쾌한 느낌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를 기반으로 김현섭 작곡가의 ‘가야할 길 - The Way To Go’는 지영희류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여 전통과 창작의 접점을 탐색한 곡이었다.

 

외돌개, 가야할 길, 해금과 25현가야금을 위한 ‘다섯 개의 상(想)

 

이번 독주회에서는 James Ra 작곡의 ‘외돌개’ 또한 주목을 받았다. 해금, 가야금, 첼로, 더블베이스의 독특한 조합으로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색한 곡이다. 작곡가 James Ra는 “이 곡은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힘을 상징적으로 담았다”며, 다양한 악기의 조합이 마치 각기 다른 삶의 방향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현섭 작곡가의 ‘가야할 길'은 단순한 창작곡이 아니라, 지영희류 산조의 본질을 해석하는 깊이 있는 접근이 돋보였다. 김현섭 작곡가는 곡의 해설에서 “지영희 선생님의 산조는 매우 독창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 이번 곡은 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곡은 연주자의 해석과 호흡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서은영은 이를 충분히 소화하며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고운 작곡가의 해금과 25현 가야금의 듀오로 구성된 '해금과 25현가야금을 위한 다섯 개의 상(想)’은 두 악기의 섬세한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창작되었다. 이고운 작곡가는 작품 해설에서 “각각의 ‘상(想)’은 특정한 이미지나 감정을 표현하며, 해금과 가야금이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감정을 확장시킨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과 곽재영이 함께 연주한 이 작품은 두 악기의 음색이 대비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고운 작곡가는 “해금의 선율성과 25현 가야금의 넓은 음역이 만나면서 색다른 감성적 울림을 만들어낸다”며, 전통과 창작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의도를 강조했다.

 

새로운 창작의 방향, 그리고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

 

서은영은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 해금산조의 깊이를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작곡가를 선정할 때 그들의 작곡 언어와 정신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며, 이번 공연에서도 김현섭 작곡가의 감성적인 느낌과 독특한 호흡이 어떻게 해금과 어우러질지 궁금했다고 전했다.

 

“이번 곡은 연주자의 해석과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연주자가 그 부분을 표현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최근 창작 국악곡들은 선율 중심이 아닌 테크닉과 호흡으로 표현하는 곡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서은영은 곡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본인만의 호흡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해금,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악기

 

해금은 국악기 중에서도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악기다. 선율을 주도하면서도 전체적인 사운드를 이끄는 역할을 하며, 서양악기와의 협연에서도 주도적인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서은영은 해금의 표현 가능성이 무한대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악기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모던산조는 익숙한 전통산조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지금은 어색하고 단순한 창작곡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전통의 한 갈래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남은 서용석류, 김영재류, 한범수류 해금산조를 주제로 모던산조 작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전통음악의 창작 영역을 확장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꿈꾸며

 

해금을 연주한 지 37년, 개인 독주회만 22회를 개최한 서은영은 여전히 해금이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악기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연주를 정리하여 악보집으로 출간하고, 초연곡들을 음반으로 남겨 제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혀주고 논문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번 독주회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였으며, 앞으로 해금과 산조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서은영의 음악적 도전과 연구는 국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 전통의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며, 그녀의 여정이 국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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