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인생을 짓다, 전통을 잇다 - 오미자 명무의 쉼 없는 걸음
세월을 따라 흘러온 춤은 스스로 이야기한다.
가르침을 지키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끝없이 춤추는 삶.
팔순을 넘긴 오늘도 변함없이 춤과 함께하는 오미자 명무의 여정은 그 자체로 전통이자 인생의 기록이다.
그의 춤은 단지 예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情)을 잇는 인생의 표현이자 실천이었다.
동네 유희에서 시작된 춤, 삶을 지탱한 예술이 되다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후 부산으로 돌아온 오미자 선생은 어릴 적부터 남다른 춤의 감각을 보였다. 열 살 무렵, 동네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춤과 인연을 맺었다.
부산여자상업중학교 재학 중 오화진 선생을 만나 본격적으로 무용에 입문한 그는 1958년 상이군인의 날 대회에서 경남교육감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 나이에 춘 <석양춤>은 이미 춤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무용수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의 춤은 삶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마음을 담은 언어였다.
박성옥·김미화·이매방·강선영… 여러 스승에게서 배운 전통의 깊이
오미자 선생은 다양한 스승들의 가르침 속에서 춤의 깊이를 더해갔다.
박성옥 선생에게서는 기본무와 검무, 장고춤을 비롯해 전통춤의 기초를 탄탄히 다졌고, 김미화 선생의 발레 수업을 통해 표현의 다양성과 예술적 감각을 확장했다.
이후 서울로 무대를 옮긴 그는 이매방 선생과 함께 지방 공연과 연구를 병행하며 정중동의 미학, 곡선의 아름다움, 대삼·소삼의 조화 등 이매방류 춤의 본질을 몸으로 익혔다.
특히 강선영 선생과의 인연도 깊다. 태평무를 사사할 기회를 얻었지만, 오미자 선생은 스승 이매방 선생과의 전통을 잇기 위해 이를 고사했다. 강선영 선생은 이를 안타까워했지만, 그 선택은 오미자 선생의 신념과 전통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렇듯 여러 스승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긴 오미자 선생의 춤은 화려함보다는 담백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무대와 가정을 잇는 춤, 인생의 이야기로 이어지다
오미자 선생에게 춤은 인연과 가정을 잇는 삶의 끈이었다. 사교춤 파트너로 만난 안성묵 씨와 부부의 연을 맺은 것도 춤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었다. 어렵고 고단했던 무용가의 길 위에서 남편은 든든한 조력자이자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슬하에는 삼남매를 두었으며, 여섯 손주들까지 모두 오미자 선생의 애정과 가르침 속에서 자랐다. 특히 막내딸 소영 씨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무용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마포 평생학습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전통무용의 맥을 지역사회와 후학들에게 전하는 중이다. 어머니의 춤을 가까이서 지켜본 딸이 그 뜻을 잇고 있다는 사실은 오미자 선생에게 더없이 큰 자부심이다.
막내딸 안소영
2004년 한밭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때, 가족과 지인들의 축하 속에서 그는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매방 선생님은 "받을 사람이 받았다"며 축하해 주었고, 그의 춤은 무대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을 빛나게 했다.
춤을 통한 나눔과 실천, 오미자무용단과 자선공연으로 이어지다
춤은 그에게 예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2005년부터 이어온 오미자무용단 활동은 전통춤을 통해 사회에 따뜻한 나눔을 전하고 있다. 그는 자선공연과 지역 어르신, 주민들을 위한 봉사를 통해 춤을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행위로 확장시켰다.
"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과 나누며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는 직접 사회단체와 협력하며 지방자치단체 행사, 복지시설, 구청 공연 등을 통해 춤이 가진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데 앞장서고 있다. 후학들에게도 봉사를 통해 무용인의 참된 자세를 가르치고 있으며, 지역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오미자 선생의 춤은 무대의 화려함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매개가 되고 있다.
전통 그 자체가 된 삶, 오늘도 계속 춤추는 오미자
팔순을 넘긴 오미자 선생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매일 연습을 이어가며 작품 속에서 울고 웃는 그는, 춤이 여전히 삶의 이유이자 기쁨임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다가올 봉사 공연 준비와 연구원을 통한 후학 양성, 그리고 스스로를 위한 무대까지 그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작품 속에 빠져 울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합니다. 춤이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오미자 명무는 전통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삶 속에 온전히 녹여낸 사람이다.
스승들의 가르침, 가정과 인연, 후학과 지역사회, 그리고 오늘도 이어가는 춤의 여정, 그의 인생은 이미 전통 그 자체로 세대와 시대를 잇는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아 있다.